제3회 월드비전 ‘후원자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장지은 후원자 수기 전문

제3회 월드비전 후원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장지은 후원자의 수기를 소개합니다. 장지은 후원자는 2016년 2월 1일 ~ 2월 6일, 최우수상 수상자에게 드리는 선물로 우간다 파야 사업장을 방문해 후원아동 소피아를 만났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행복함을 준다.”

‘아이들의 정성이 담긴 편지를 읽을 때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에게서 8통의 편지를 받고 날아갈 듯이 기뻤던 어느 날, 행복한 마음으로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다. 월드비전의 해외아동 후원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2008년,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종종 아프리카 방문 경험담을 들려주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월드비전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라며 현장 이야기가 담긴 책도 추천해주셨다. 평소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이 많던 나는 선생님이 추천한 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각종 질병들로 고통받는 아이, 전쟁의 상처가 깊어 희망을 잃은 아이, 극심한 가뭄으로 하루하루 마실 물이 부족한 아이, 학교에 가고 싶어도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갈 수 없는 아이…. 수많은 아이들의 사연을 읽으며 호기심은 관심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책에 쓰인 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과장되어 전달된 것은 아닐까 하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이 모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믿고 싶지 않아서였다. 먹고 싶은 음식은 모두 먹어야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은 모두 사야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나도 한번 해볼까? 다른 사람들도 하는 일인데….’ 그렇게 짧은 생각과 성급한 판단으로 후원을 시작했지만 후원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왜 그때는 알지 못했는지…. 후원 중단 요청을 하던 날, 이불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날 정도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하며 나눈 장지은 후원자와 후원아동의 편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하며 나눈 장지은 후원자와 후원아동의 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재수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후원과 봉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내가 시작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끝까지 후원할 자신이 생길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했던 다짐도 떠올랐다. 이미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후원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했고, 많이 고민했다. 월드비전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기를 여러 번, 21살이 되던 2011년 1월, 고민을 끝내고 행복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후원 신청을 하고 아동의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 이런 일이 진짜 행복한 일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후원을 시작하고 2년 동안은 편지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아이와 친해질수록 편지 교류가 활발해진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나눔이 즐거워지고 아이와의 소통이 일상이 되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후원을 맺은 아이들은 6명으로 늘었다.

월드비전 후원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장지은 후원자

월드비전 후원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장지은 후원자

내가 아이들에게 첫 번째 편지를 보낼 때 꼭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불빛만을 보며 지낸다고, 하지만 나는 힘들지 않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편지지를 예쁘게 꾸며서 보낼 수는 없지만 대신에 많은 이야기들로 자주 편지하겠다고 약속한다. 시각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그리고 신기하게 들릴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은 언제든 질문하라며 편지를 마무리한다.

2014 년 9월, 후원을 맺은 소피아는 무엇이든 질문하라는 내 편지를 받고 세 가지의 질문을 한꺼번에 해서 나를 웃게 했다. ‘후원자님은 책을 어떻게 읽으세요? 후원자님의 집안일은 누가 도와주나요? 후원자님은 학교를 어떻게 다니세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가장 아이다운 질문과 마음이 너무 예뻐서 답장을 쓰는 동안 자꾸만 웃음이 났다. 첫 번째 답장 이후로 소피아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소피아는 나를 자매라고 부르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내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언급하며 감동적인 답장을 보내주었다.

지난 2월, 월드비전을 통해 직접 만난 후원아동 소피아와 장지은 후원자

지난 2월, 월드비전을 통해 직접 만난 후원아동 소피아와 장지은 후원자

대단한 사람들만 우편으로 편지를 받는다는 친구의 말에 자신이 특별해진 것 같았다는 아이의 일곱 번째 편지를 읽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아이가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찼다. 내가 보낸 편지가 지구 반대편의 아이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자신은 편지를 많이 받는다는 내용의 답장을 자주 보내고 있다.

내가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하지만, 나 또한 아이를 통해 위로를 받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감을 얻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편지에도 시험 준비 이야기를 자주 쓴다. 나의 긴장이 느껴졌던 걸까? 소피아는 최선을 다하면 최고의 결과가 있을 거라는 의젓한 말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적어서 보냈다. 그 순간 나는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에 무척 놀랐다.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서 투덜거린 것을 반성했고, 아이의 말대로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했다. 소피아는 성실하게 학교에 잘 다니고 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착하고 밝은 아이가 될 것이고, 어른이 되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소피아는 꿈을 가진 성실한 아이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잘 성장하고 있다.

손으로 만지며 소피아의 얼굴을 상상하는 장지은 후원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손으로 만지며 소피아의 얼굴을 상상하는 장지은 후원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소피아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편지를 읽을 때에도 내가 사랑 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낀다. 2011년부터 후원을 맺고 나눔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아비바는 나를 ‘이 세상에 하나뿐인 저만의 후원자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크면 나의 손을 잡고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함께 걷고 싶다고 말한다. 선물을 받을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나와 내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2014년 6월에 만난 푸렙수른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이후, 그림을 그리는 대신 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종이나 연필 나무를 이용하여 편지지를 꾸며준다. 2014년 9월에 만난 에스테파니는 이제 18개월이 된 아기인데,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고 있어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물한다. 2014년 12월에 만난 에민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내가 후원하는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마음이 열린 아이다. 2015년 5월에 만난 카이는 나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려서 큰 감동을 주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까워질 것이 기대되는 아이다. 나는 아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장지은 후원자와 소피아는 진심으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장지은 후원자와 소피아는 진심으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사랑은 줄 수 있음에 행복한 것!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선물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것들을 아이들과 나누며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싶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 더 이상 배고픔에 고통받지 않도록, 교육에 목말라하지 않도록, 꿈을 잃어가지 않도록 아이들의 빛이 되어주고 싶다.

글. 장지은 후원자
사진.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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