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애인 대통령상 수상자, 장성빈 아동 이야기
지난 4월 20일, 2016년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3인 중 한 명으로, 성빈이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성빈(19). 지적장애 3급. 전주예술고등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하며 판소리 명창을 꿈꾸는 소리꾼이다.
판소리를 시작하고 전국 요양병원을 돌며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게 된 성빈이를 전주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7월 중순에 있을 공연 연습 중이에요. 병원에 가면 제가 더 신나요. 소리를 하며 사람들과 함께 놀 수 있잖아요.”
멈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심장이 멈춘 성빈이는 태어나자마자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회복했지만, 그 찰나의 시간은 작고 여린 성빈이의 몸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또래 아이들 보다 발달이 더뎠던 성빈이는 발달 장애로 인한 언어(발음) 장애를 갖게 되었고, 정신지체 2급,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노래를 좋아했던 성빈이. 초등학교 때 아이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재능을 보인 성빈이의 사연이 스타킹, 아침마당 등 여러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아이의 열정과 재능에 엄마 배인년(54)씨는 아이를 위해 고향 대구를 떠나 전주로 이사했다. 이혼 후 우유 배달, 청소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을 받으며 성빈이는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집중하며 내딛는, 더디지만 힘찬 발걸음
9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의젓한 성빈이. 순수함은 그대로 간직한 채,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있는 모습은 여느 예술가와 다름이 없다. 좋아하는 다른 장르의 음악은 없냐고 묻자, 발라드나 OST 등을 듣고 노래가 좋으면 휴대폰 앱을 통해 그 곡을 국악기로 편곡해 부르기도 한단다.
“저는 창극을 해보고 싶어요. 서문부터 안무까지 제가 다 만들어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재밌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하는 눈에 총기가 서려있다. 판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직접 불러주는 수고도 마다 않는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가지만, 더 위로받고 옵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전주의 한 요양 병원, 성빈이의 소리가 한창이다. 성빈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 공연을 보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성빈이 엄마 배씨의 말이다. “젊은 연령층 보다 어르신들은 더 판소리에 익숙하시고, 또 좋아하시기도 하잖아요. 거동도 불편하신 분들이 일어나셔서 춤도 추시고 좋아하시는 모습 보면 너무 감사해요. 음악이 주는 치료 효과가 성빈이에게도, 어르신들에게도 분명 있다고 믿어요.” 엄마의 모든 순간에는 성빈이가 있다. 그리고 성빈이의 모든 순간에는 소리가 있다.
“나는 당신이 어떤 운명으로 살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정말 행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봉사할지를 찾고 발견한 사람들이다.” 라는 슈바이처의 말처럼 성빈이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봉사라는 수단을 통해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다. 가끔은 학교에서, 또 세상에서 마음 힘든 일들이 있지만 성빈이의 얼굴이 늘 밝은 이유다.
누구나 다 다르듯이
조금 다르지만, 성빈이는 다른 아이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많이 가졌다. 그럼에도 엄마는 성빈이의 앞 날이 늘 걱정이다. “장애 예술이라는 분야가 인프라도 그렇고 전혀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아요. 전문 교육을 받는 것조차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는 성빈이가 앞으로 자기만의 틀, 자기만의 것들을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제가 없더라도 성빈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게 제 소망이지요.”
누구나 다 다르듯, 성빈이의 다름도 더 긍정적으로 비칠 그날을, 그리고 엄마 배씨의 말처럼 성빈이가 자신만의 것들을 마음껏 세상에 펼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글. 신호정 디지털마케팅팀
사진. 신호정 디지털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