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 조끼에 챙 넓은 모자. 어떤 오지라도 씩씩하게 향할 운동화와 커다란 배낭. 월드비전 직원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죠. 전 세계 100여 국에 사업장을 둔 월드비전 직원들은 일 년에도 몇 번씩 아프리카, 남미 할 것 없이 오가며 많은 일을 해냅니다. 오늘은 첫 해외출장을 떠난 입사 1년 차 김간사와 함께 그 이모저모를 소개해드릴게요~
“지난 18년간 호아방 마을과 함께한 월드비전”
1998년, 월드비전은 베트남 호아방 지역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때부터 18년간 마을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와 희망이 생겨났죠. 그 뒤에는 긴 세월 동안 후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월드비전 후원자와 ADP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곧 지역개발 프로그램이 종결되고 온전한 자립을 향해 나아갈 호아방 마을. 그 기쁜 소식을 한국 후원자님들에게 사진과 영상으로 전하기 위해 김간사가 ‘호아방 ADP’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ADP가 무엇일까요? 한국 월드비전에도 본부와 각 지역에 위치한 43개의 지역사업장이 있듯이, 베트남에도 본부 외에 취약 지역에 위치한 ADP(Area Development Programme)가 있습니다. 지역기반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효율적인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곳이죠. 즉, 호아방 ADP는 우리로 본다면 부산 지역본부쯤이 되겠지요?
5시간여의 비행 끝에 밤 10시가 다 되어 도착한 베트남 다낭 공항. 늦은 저녁에도 후끈한 밤공기가 공항을 나서는 월드비전 직원들을 반겨줍니다. 마중 나온 ADP 매니저 Nga 씨의 환대를 받으며 숙소로 향합니다.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출장 일정에 걱정 반 설렘 반입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한국에서 온 직원들을 맞이하려 호아방 ADP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업무가 없는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이 미팅에 참석했어요.
‘호아방 마을의 어떤 변화를 후원자님께 알리면 좋을지, 어떤 후원 아동을 소개할지, 학교, 유치원, 농장 등 다양한 곳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출장의 밑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사실 이 미팅이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출장을 떠나기 3~4주 전부터 이메일과 화상채팅을 통해 ADP 직원과 수없이 논의하며 큰 계획을 잡아가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이 변화되고 조율되기 때문이죠.
“호아방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는 Tam의 하루“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월요일. 이른 새벽부터 ADP 직원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호아방 ADP에서는 ‘후원 아동관리, 교육, 농업, 회계 등’ 각각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총 8명의 직원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합니다. 그중에서도 후원 아동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Tam”은 마을에서 제일 가는 인기쟁이에요. 베트남어로 ‘마음’을 뜻하는 ‘Tam’이라는 이름만큼 따뜻하고 넉넉한 미소로 아이들을 품어주죠. 마을 구석구석의 소식을 훤히 아는 소식통이기도 해요.
오늘은 한국에서 후원자님이 전해온 선물을 전하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Tam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은 ‘스쿠터와 오토바이’를 이용해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제일 가는 교통수단이죠. 선물을 실은 Tam의 오토바이도 붕붕- 달리기 시작합니다. Tam이 온다는 소식에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후원 아동 Lin까지 온 가족이 마중을 나왔네요. 멀리서 보내온 후원자님의 편지와 선물에 Lin은 수줍은 미소를 보입니다. 호아방 마을에는 Lin과같은 월드비전 후원 아동이 약 2,800명 정도 살고 있어요.
“아이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아동클럽“
지난 18년간, 천여 명에 달하는 후원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과 함께 호아방 마을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22개의 학교가 개/보수되었고, 11개의 초등학교에 어린이 도서관이 생겼어요. 주민들에게 전달된 식수시설은 215개에 달합니다.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의 비율도 26%(2004)에서 5.8%(2015)로 크게 줄어들었어요. 이런 변화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건 바로 ‘아동클럽’입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Youth Union이라는 청년 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고 참여학습 및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죠. 현재 162개의 아동클럽이 호아방 지역 곳곳의 초.중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김간사도 아동클럽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취재하러 ‘Hoa Nhon 1 Primary School’로 향했습니다.
오늘의 아동클럽 주제는 ‘child injury intervention(아동위험방지)’입니다. 아이들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발표하고 수업을 들었어요. 그다음에는 관련 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이쁘지요? 어떤 그림이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물에 빠졌을 때는 주변에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고, 물에 뜨는 물건을 던져줘야 해요.”라며 조잘재잘 설명하는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열리는 아동클럽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도 쌓고 지역 내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해요. ‘월드비전’하면 생각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있었는데, 큰 눈이 예쁜 소녀 Loan은 김간사의 그림을 그려주었답니다. 그림 속에서 월드비전 스태프 옷을 입은 채 Loan의 손을 잡고 있는 김간사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7천여 일 동안 차곡차곡 쌓인 작은 변화. 희망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카메라와 영상촬영 장비, 삼각대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유치원, 학교, 농장, 후원 아동의 집’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고된 일정. (10일여의 출장 동안 몸무게가 2kg이나 빠져서 김간사는 매우 흐뭇했다는 후기가..) 하지만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 지친 몸을 일으켜주었습니다. 호아방 지역의 변화를 눈으로 보았습니다. 카메라에 한컷 한컷 소중히 담았습니다. 그리고 ‘호아방에서 발견한 희망의 증거들이 한국에 계신 후원자님께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되는 작은 변화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끈질기고 묵묵하게 맡은 일을 해낸 수많은 월드비전 직원들과 봉사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 변화의 든든한 응원군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신 후원자님들을 통해서. 호아방 지역은 약 7천일간의 시간을 통해 자립이라는 꿈을 이뤄냈습니다. 이제 월드비전은 제 2의 호아방을 향해 나아갑니다.
“땀삐엣(잘가요), 월드비전-“
글. 김유진 디지털마케팅팀
사진. 김유진 디지털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