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투마 아주머니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소말리아의 석양은 50대 중년 여성의 두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제 곧 캄캄한 저녁 그림자가 마을을 덮으면 일하던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누군가는 하루 동안 수고하여 번 것을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돌아가겠지만 누군가는 오늘의 손해를 계산해보며 내일은 더 좋을 거란 희망을 품고 돌아갈 것이다. 다행히 파투마는 오늘 흡족한 마음으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며 가게 문을 닫았다. 그녀가 상점을 시작한 후 늘 반복되는 모습이다.
타운에서 가게를 시작하기 전, 그녀는 편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 매일 울음소리와 붉은 혈흔에 둘러싸인 일상이었다. 그녀의 직업은 “할례시술자”였다. “월드비전이 저를 도와주기 전엔 제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우리 가족은 가난 때문에 거의 죽어가고 있었어요.” 파투마는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날, 저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11살의 이레네는 집을 뛰쳐나왔다. 하염없이 달렸다. 마을 사람들은 전통적 의무라고 했다. 그것은 여성할례. 이레네는 할례를 받지 않기 위해 부모님을 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갈 곳을 잃은 이레네가 머물게 된 곳은 케냐 월드비전이 마련한 쉼터.
그곳에서는 이레네처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할례를 받을 뻔 했던 소녀들을 모여 있었다. 어른들은 할례를 받아야 결혼할 준비가 되는 거라고 했다. 전통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레네의 몸에 행해지는 일이었지만 이레네가 그 일에 어떤 말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여성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식. 여성할례는 대부분 몸이 성숙하기 전에 이뤄진다. 위생적인 환경이나 제대로 된 의료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탓에 목숨을 잃거나 이후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여성이 상당수다.
전 세계에서 하루 8,000명의 여성이 할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할례가 두렵지만 이레네처럼 적극적으로 할례를 거부하는 것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저는, 그 일을 언제나 그만두고 싶었어요.
월드비전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암바로. 지금은 염소 사육사로 살고 있는 그녀 역시 전직 할례 시술자였다.
“700명 가까이에 이르는 소녀들에게 시술을 행한 적도 있어요. 연령도 가지각색이었어요. 보통 7살-12살 정도 되었죠.” 4명의 자녀들과 28명의 손자들을 둔 암바로(70세)는 이 모든 것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월드비전의 ‘소말리아 여성 할례 철폐 사업’ 덕분에 암바로는 다른 9명의 여성들과 함께 할례시술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로 공개적인 결단을 내렸다.
“월드비전은 우리에게 소녀들을 상대로 하는 할례시술을 그만두도록 설득했어요.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죠. 그 후 저는 월드비전에서 직업훈련을 받아 염소사육사가 되었어요.”
그녀 일생의 대부분을 할애한 일에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것이 남지는 않는지 물었다. 암바로는 멈칫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월드비전에서 제공하는 모임에 여러 번 참석했었어요. 그 곳에서 여성할례가 낳는 심각한 피해에 대해 배웠고요. 그러고 난 후에 제가 그 동안 했던 일은 전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겪은 고통
소말리아의 도그히어 지역에 세는 하프사. 4개월 된 아들을 둔 그녀는 18살의 어린 이혼녀다. 임신 중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녀는 아들을 낳으면서 산과적 누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질에 구멍이 생기는 이 병은 여성할례의 심각한 후유증 중 하나다.
“심각한 고통으로 4개월 시달렸어요. 편히 앉지도 못하고 제 몸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부끄러워 사람들 앞에 나설 수도 없었어요.” 지금은 월드비전의 누공환자 지원 사업을 통해 수술을 받고 다시 평범한 삶을 회복하게 되었다.
지금도 전 세계 29개 나라 1억2500만 명의 여성이 할례로 고통 받고 있다. 월드비전은 그녀들을 위해 일한다. 건강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모두가 알고 존중하는 것, 그리고 여성들이 할례의 고통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 우리의 일은 이 모든 영역에 속한다. 여성이라는 것이 누군가 겪는 비극의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 월드비전이 바라는 세상이다.
글. 김보미 디지털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