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쓰나미 10주년을 맞이하여
응급상황 속에서 긴급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줄을 서서 물품을 받으려는 인파. 아비규환의 현장 속을 뛰어다니는 긴급구호 요원. “긴급구호”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림은 아마 이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긴급구호 초기 며칠간 이야기일 뿐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긴급구호 현장들은 미디어에서 많이 보아온 그림들 일 거예요. 하지만 미디어가 조명하지 않는 상황 전 과 후의 일들이 우리에겐 더 중요합니다. 지난 2014년 12월은 인도양 쓰나미 발생 10주년. 전 세계 긴급구호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인도양 쓰나미 현장에서 한국 월드비전 강도욱 긴급구호 팀장님을 만났습니다.
“여기 이 현장은 쓰나미 이후 월드비전이 맹그로브 숲을 조성한 곳이에요. 현재 2-3천 그루 정도 심은 상황이고 이후로 점점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긴급구호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죠? 하지만 이 맹그로브가 재난경감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홍수나 쓰나미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물을 흡수하고 속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재난 경감효과가 탁월하죠. 실재로 마을 앞에 맹그로브 숲이 7겹으로 조성되어있던 타딘댕 마을은 쓰나미 피해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맹그로브 숲이 없었던 반나이라이 마을은 전체 130가구 중 3-4가구를 제외하곤 모두 무너져버렸습니다.”
Q. 맹그로브 숲이 재난 예방 효과가 이렇게 크다는 걸 저도 현장에서 보기 전에는 몰랐어요.
맞아요. 사람들은 긴급구호 지원이라고 하면 보통 대단한 건물을 짓거나 물자를 나눠주는 것들을 생각해요. 하지만 재난 후 피해복구만큼 재난예방 혹은 경감 사업도 중요해요. 모잠비크에서는 홍수 때문에 한 NGO의 10년 사업이 물거품이 된 경우도 있었어요. 재난예방, 경감 사업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재난 예방에 쓰이는 1달러는 긴급구호 활동의 7-13달러 가치가 있다는 보고가 있죠. 월드비전은 그래서 전체 지역개발사업비의 5%를 반드시 긴급구호사업 예비비(Emergency Prepared Response Fund)로 편성합니다.
Q. 월드비전의 긴급구호 사업에서 강조하는 건 무엇인가요?
월드비전 사업은 언제나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해요. 예를 들어 재난 대비 지도를 그릴 때도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시선에 맞춰 직접 그려요. 재난이 닥쳤을 때 그 지도를 사용하게 될 주민들이 직접 그리는 것이 실제적인 재난 경감에 도움이 되니까요. 어떤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에게,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실행하는 겁니다. 긴급구호 활동에서 DO Harm No이라는 말이 있어요. 좋은 의도로 시작하지만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구호활동들이 있거든요. 그런 활동을 경계하고 피하기 위해서 늘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입니다.
Q. 월드비전 긴급구호의 강점이 뭔가요?
말씀드렸듯이 긴급구호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필요에 맞춘 발 빠른 대응이에요.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물자, 인력, 자금 3가지가 잘 갖춰줘 있어야 하구요. 이것이 바로 긴급구호 대응 역량의 척도라 할 수 있죠. 월드비전의 강점은 이 세 가지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의 강점 쉽게 알기
인력 | 국제 HEA를 중심으로 각 대륙별/지역별/국가별로 체계화된 팀이 운영되고 있어요. 현장, 홍보, IT, 안전, 보건 등 직접 사업전문가와 간접사업 전문가 인력을 갖추고 있어요. |
물자 | 긴급 재난 발생 시 25만 명을 일시에 바로 지원할 수 있는 물자가 항상 준비되어있어요. |
자금 | 재난상황에 대비해 600만 불의 사업비를 예치해두고 있어요. 재난의 각 단계마다 대응 프로토콜이 있어 재난 직후30일, 90일, 1년 등 분기별 대응 전략이 갖춰져 있어요. 평상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 재난 대응 훈련으로 대비하고 있어요. |
한 예로 수많은 돌발적 재난이 이어진 아이티 현장에서는 준비된 구호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의 차이가 확연이 드러났습니다. 재난 구호의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쌓인 단체들은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세심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구호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죠. 긴급 상황 일수록 체계적 대응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시스템이 필요하구요. 그런 면에서 월드비전은 강하다고 할 수 있어요. 월드비전은 공룡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업의 질과 깊이는 자신 있습니다.
Q. 팀장님이 생각하는 긴급구호 활동은 어떤 것인가요?
중요한 것은 재난을 입은 나라에서 아이들을 포함해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입니다. 긴급구호는 단순한 서비스 딜리버리(Service delivery)가 아니에요. 지속적인 역량강화가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태국의 쓰나미 피해 지역이었던 반나이라이 마을의 바틱 공예 센터는 아주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죠. 주민들과 정부, 월드비전이 조화로운 협력을 통해 긴급구호에서 자립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월드비전이 원하는 긴급구호의 모습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진정한 변화는 물질의 힘이 아니라 마음의 힘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전 세계 아이들과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필요와 권리를 보장받고 자립의 힘을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김보미 디지털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