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경탄 비슷한 탄식을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서울대를 가는 거죠!’
어느새 부터 인가 우리 사회엔 부모의 경제력과 열혈 어머니의 정보력, 전략이 뒷받침되는 부촌의 아이들만이 최고 인기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묘한 좌절감이 팽배해 있다.
올봄 ‘월드비전 복지관 등록아동’에서 서울대 대학생이 된 재원이에게서 어른들이 거꾸로 긍정의 힘을 배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17년 만의 꿈을 찾아낸 소년
재원이가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정읍에서 ‘사건’이었다.
진학 지도를 해주시는 선생님께서는 재원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7년 동안 서울대를 진학한 학생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대를 가겠다는 재원이의 꿈을 그저 ‘정말 꿈같은 이야기’로 치부해버렸다.
그것이 재원이에게는 오히려 힘이 됐다. 오기가 생겼다.
중간쯤 성적이던 재원이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 것은 당시 반에서 1등을 하던 짝꿍 덕분이었다. 선생님의 관심을 받는 그 친구를 보면서 재원이는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발동이 걸린 날엔 총정리 모의고사 문제집을 하루에 두 권을 해치우기도 했단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500점 만점에 380점으로 주춤했던 성적은 1학년 1학기 말엔 400점을 넘고 2학기 말엔 410점까지 올랐다.
그리고 재원이는 수시 입학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부에 합격했다.
재원이 오빠처럼 하버드 대학교에 갈 거예요!
“재원이가 합격하고 나서 자원봉사를 할 거라고 말은 했지만 진짜 합격 후 이렇게 곧장 찾아와줄 줄은 몰랐어요.”
월드비전 정읍복지관의 박영례 담당복지사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곱 살에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으며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재원이가 지금 거꾸로 겨울방학 동안 정읍복지관의 초등학교 6학년 아동들의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3월이면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연우는 “선생님이 쉽게 가르쳐 줘요!”, 민희는 “선생님이 제 생일 때 도서상품권을 주셨어요!”, 의성이는 “아주 쏙쏙 들어와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긍정의 힘을 가진 재원, 널 응원한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긍정을 잃지 않았던 정읍의 한 소년.
지금 재원이의 꿈은 법학과를 전공해 검사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훗날 옳은 것은 지키되 옳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주재원 명검사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이 만든 기적이다.
어딘가의 아동을 후원하고 있거나 후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당신이 바로 그 기적을 만든다.
내가 후원한 아동이 자라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든 멋진 운동선수가 되든, 훗날 어느 성실한 가장 혹은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든 모두가 아동을 위해 꾸준하게 후원하는 우리들의 응원이 이루는 기적이라 믿는다.
글. 방송작가, 여행작가(www.traveldna.kr) 이진주
사진. 사진작가 이석한 (재능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