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팀 팀원의 밀린 이야기 보따리 1

‘아…. 저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다 어쩐담…’
어제 밤 나는 컴퓨터에 고이 잠자고 있는 사업장 사진, 영상, 그리고 맘속에서 꿈틀대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뒤척였다.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간사로 몇 개 나라를 맡고 나는 후원자님의 후원금이 어떻게 아이들을 위해 잘 쓰이는 지 모니터링 하고, 더 잘 쓰이기 위해 현지 동료들을 기술적인 면에서 돕고, 더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후원자님들께 알리는 일을 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 보면, 후원자님들께 빚진 심정이 될 때가 참 많다. 이 곳 저 곳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지 사업장 동료들에게, 지역 주민들에게,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때론 이 넘치는 사랑이 사실 후원자님들께서 받으실 것을 대신 받는 것이란 생각이 들고, 그 아름다운 시간들과 벅찬 일들을 후원자님들과 같이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빚진 심정이 생겨난다.

쏟아 내고 나누고픈 마음은 한 가득인데 막상 사업장 출장을 다녀오면 출장 마무리에 밀린 일까지… 더 잘 나누고픈 마음에 오히려 미루게 된 지 오래…

‘그래 더 이상은 안되겠다! 하나씩 풀자!’

머나먼 세네갈, 그리고 케두구

먼저는 지난 5월 말 다녀온 세네갈 이야기를 해야겠다.

올 해 3월까지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 사업들을 맡아오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 말리, 니제르를 맡은 지 오래지 않아서였다.

대서양을 오른쪽에 끼고 앉은 아름다운 나라 세네갈은 이전에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기에 아직 곳곳에 노예성 등의 잔해가 선명히 남아 있다. 최대 종교는 이슬람이어서 무슬림 문화가 대중적이고, 사람들은 참 착하고 순하다.

좋은 자원들과 자연환경이 있지만 그것을 가공하고 적절히 사용할 기술이 없어 정작 필수적인 자원들은 모두 수입을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한국에서 세네갈 수도 다카까지는 장장 하루 비행기 길이고, 거기서 우리 사업장 2곳이 위치한 케두구까지는 차로 12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한시간, 두시간… 차를 타고 가다보면 정말 여러 지형적 특징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온통 흙빛으로 황량했던 주변에 점점 푸르러 지더니, 어린왕자에 출현해 유명해진 바오밥 나무가 등장한다. 이내 해변가로 길이 굽이치더니 길 양쪽에는 소금 포대가 줄이어 서 있다. 곁에는 하루 종일 상인들이 국경을 넘어 소금사러 오는 손님들을 기다린다.

사업장에 다다르기까지 긴 여행이었지만, 여러 삶의 풍경들을 보며 사업장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오밥 나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나무껍질을 다 뜯어먹어도 굳굳하게 서있고, 때가되면 다시 열매를 달고 음식을 제공한다.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오밥 나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나무껍질을 다 뜯어먹어도 굳굳하게 서있고, 때가되면 다시 열매를 달고 음식을 제공한다.

세네갈의 유일한 산간 지역, 케두구의 산지와 폭포의 모습

세네갈의 유일한 산간 지역, 케두구의 산지와 폭포의 모습

케두구는 세네갈의 유일한 산간 지역으로, 50m는 족히 넘을 듯한 높이의 폭포와 산지, 원숭이와 하마 등 야생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 등이 있어 간간히 프랑스 사람들이 사냥하고 쉬러 오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아직 상업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광산도 있어서 근래에는 사업을 해보려는 외국인들도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겉보기엔 여느 아프리카 마을보다는 풍성해 보였지만, 막상 사업 지역을 돌아보면 말라있는 우물, 마포구 크기의 지역에 하나 밖에 없는 고등학교, 어느 도움도 미치지 못할 만큼 멀고 험한 길 등, 숨겨진 답답함과 목마름들이 곳곳에 있었다.

외로운 퐁골림비, 목마른 톰보론코토

2009년에 시작한 월드비전 한국 지원 2개 ADP 중 퐁골림비라고 불리는 곳을 방문 하는 길이었다. 케두구 시내에서 산지에 위치한 퐁골림비 지역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 2시간가량을 가야 하는데, 마치 북한산 등산길을 지프차를 타고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찌나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지 허리가 얼얼하고 목은 뻐근하고…

하지만 지프차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는 사람들이나 그 험한 길을 자전거로 왕래하는 사람들을 스칠 때 마다 흔들림에 내지른 외마디 비명들이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그나마 이 길 조차도 들어서지 못할 때가 많단다.

지금은 사람들이 직접 돈을 받고 밧줄로 끌어서 사용하는 이동 다리로 퐁골림비와 케두구 시내 사이에 걸쳐진 강을 건너는데, 다리를 끌 사람들이 퇴근을 하거나 강물이 불어나 버릴 때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멀리 떨어진 지역인 만큼 정부나 NGO의 도움이 잘 미치지 못 해 교육이면 교육, 식수면 식수…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계신 교장선생님, 보건소 간호원 등의 분들은 도시에서 공부를 하시고 사명감을 가지고 가족과도 떨어져 일하고 계신 분들이라고 했는데, 그런 분들은 지역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힐 정도로 적었다.

또 다른 ADP가 위치한 톰보론코토. 이 곳의 주 산업은 금광에서의 사금 채취란다. 아직 상업적으로 개발 되지 않은 곳이라 지역 주민들이 주로 사금을 채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금채취에 어린이들까지 동원되는 경우가 많고, 어차피 중,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먼 곳에 학교가 있에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단다.

많은 경우가 중퇴. 그리고 강우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물을 가두고 모을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식수나 농업용수는 늘 부족함에 시달린다고 했다.

톰보론코토 ADP에서 만난 결연 아동들

톰보론코토 ADP에서 만난 결연 아동들

월드비전 퐁골림비 사업장 가는 길. 아직 도로시설이 불충분하여 가는 길이 험난하다.

월드비전 퐁골림비 사업장 가는 길. 아직 도로시설이 불충분하여 가는 길이 험난하다.

월드비전은 혼자 일하지 않아요.

월드비전은 이 지역에 총 4개의 ADP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2개인 월드비전 한국 지원 ADP는 2009년에 시작 되어 총 15년간 2024년까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 5년간은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를 쌓는 데 힘쓰고, 보건사업, 교육사업, 결연아동들을 위한 사업 등으로 나눠 5년간의 장기적 목표와 그에 따른 매 년 매우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가지고 사업이 진행 된다.

처음 시작으로부터 약 1년 반 가량이 지난 지금, 월드비전 직원들은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고 지역사회는 월드비전과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한 모습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그림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올라가 도착한 퐁골림비의 마을 회관에서는 지역 보건소 남자 간호사, 이 지역에 파견된 미국 출신 NGO “Peace Corps”의 여자 활동가, 말쑥하고 지성 있어 보이는 교장 선생님, 그리고 퐁골림비 지역 각 마을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곧 2009년에 5개년 단위사업 중 월드비전이 진행하려고 계획 했던 교육사업, 보건사업 등이 언제 어느 마을에 진행되는 것이 좋은지, 정부기관이나 다른 NGO가 중복된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렇게 계획 된 활동은 내년에 직접 월드비전 직원과 함께 트레이닝을 받은 지역 담당자들이 진행 한다.

지역주민들이 보통 NGO와 일을 하면 돈을 받고 일을 많이 해 왔지만, 돈도 받을 이유가 없단다. 지역대표로 선출되 해야 하는 일이 월드비전의 목표와 일치하기 때문이란다.

월드비전은 후원자님들의 자원과 유용한 기술들을 가지고 들어와 이들이 하는 일을 도우며, 자원이 없어 할 수 없는 일들을 채워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주민 대표, 정부기관, 타NGO 직원과 함께 한 해 지역개발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 월드비전

지역주민 대표, 정부기관, 타NGO 직원과 함께 한 해 지역개발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 월드비전지역주민 대표, 정부기관, 타NGO 직원과 함께 한 해 지역개발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 월드비전

이삿짐, 그리고 사랑방

4일간을 사업장에서 보내며 이렇게 되기까지는 세심한 현지 월드비전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역의 필요를 알고 파트너십을 형성하려면 직접 같은 마을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믿는 직원들.

위에 잠깐 등장한 적 있는 케두구 지역사무소장님 시몬 씨는 파트너들과 늘 소통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인 것과, 그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함을 이야기 했는데, 참 새롭지 않은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몬 씨 자신의 열망이고 삶이기 때문에 그런지 이야기를 듣고 동조하는 지역주민들의 표정과 피드백에서는 덩달아 뜨거움이 차올랐다.

시몬 씨는 파트너들과 좀 더 자주 만나 교제도 나누고 의견도 나눠 더 협력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 방 한 칸을 사랑방으로 꾸며 놓았다. 쾌적한 환경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놓고, 식사도 함께 하면서 울타리를 허물어 두는 것이었다.

이런 식사자리와 얼굴 맞댄 만남에서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작지만 세심한 노력들이 후원자님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월드비전 정신”을 지역에 심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지역 주민들의 실천으로 열매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ADP 매니저 시몬 씨 (왼쪽 두번째)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ADP 매니저 시몬 씨 (왼쪽 두번째)

ADP 사무실에 마련된 사랑방에서 지역 식수전문가가 일을 보고 있다.

ADP 사무실에 마련된 사랑방에서 지역 식수전문가가 일을 보고 있다.

#세네갈 퐁골림비, 톰보론코토사업장 자세히 보기

사업지역 퐁골림비
지역개발사업장
(Fongolimbe
ADP)
톰보론코토
지역개발사업장
(Tomboronkoto
ADP)
사업기간 2009. 10. 1
~ 2024. 09. 30
(총 15년)
2010. 10. 01
~ 2025. 09. 30
(총 15년)
총 수혜자 수 15,000 명 18,000명

글/ 사진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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