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도우며 나도 커가는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이 10대들 대단하다. 중학생들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북동 중학교.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 이 학교가 결연을 맺고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 20명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북동중은 월드비전의 ‘한 학급 한 생명’ 프로그램을 통해 전교생이 1년 동안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이 학생들로 인해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형, 누나들이 생겼다.

대구 북동중 학생들이 후원아동들에게 보내는 카드를 들고 웃고 있다.

대구 북동중 학생들이 후원아동들에게 보내는 카드를 들고 웃고 있다.

나눔. 마음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대구 시에서도 차로 1시간이 넘게 들어가야 나오는 공단지역. 대구 시가지와는 또 다른 모습이 들어왔다. 실제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떤 학급도 한 달이라도 후원을 못한 적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은 천원 이상 용돈을 쪼개서 후원금을 내고 이렇게 모인 학급의 돈은 아프리카 우간다의 한 생명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학급 당 홍보대사가 있어서 결연을 책임지고 있다.

“저희 반은 학교 축제 때 머핀, 쿠키 등 직접 만든 빵을 팔아서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어요. 이 일은 인기도 많았고 뜻 깊기도 했구요.”

1학년 남수빈 양의 말이다.

학교를 찾은 날, 학생들은 후원아동에게 다같이 편지를 쓰고 있었다. 게시판에는 우간다의 아동에게서 온 편지들과 소식이 붙여져 있었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편지가 오는 날에는 전 학급이 우르르 몰려가서 편지를 읽는다. 이 편지에 또 학생들은 답장을 쓰고 있었다. 형형색색 색지에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10대 만의 발랄함 뿐만 아니라 의젓함도 묻어났다.

‘네 이름이 ‘사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엄청 놀랐어. 다음에 그 사이다를 들고 찾아가서 함께 파티를 하자’
‘우리의 후원으로 저희 가족이 잘 살고 있다고 들었어. 언제나 행복하길 빌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살아야 해’ 등.

매달 자신의 용돈을 모아 후원을 이어나가는 학생들

매달 자신의 용돈을 모아 후원을 이어나가는 학생들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후원아동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후원아동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나눔. 남이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한답니다

1년 동안 이어진 ‘한 학급 한 생명’을 통해 북동중 학생들에게는 변화가 일어났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또 다른 부분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한국을 넘어서 세계를 돌아보는 ‘세계시민의식’을 배우게 됐다.

받은 장학금을 가지고 나눔에 동참한 3학년 송의정 양이 대표적이다. 적십자에서 받은 장학금 2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송 양은 “제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치매센터에서 봉사를 해서 받은 장학금이었고 나를 넘어서 남을 도우라고 주는 취지라고 여겼으니까요.”라며 나눔의 계기를 이야기했다.

나눔의 뜻을 이어받아 장학금을 다시 후원금으로 내놓은 공의정 학생

나눔의 뜻을 이어받아 장학금을 다시 후원금으로 내놓은 공의정 학생

“예전에는 제가 가난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은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아프리카 친구를 보니까 교실 없이 나무 아래서 수업을 받고, 신발도 없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를 하면서 밥 먹을 것도 다 먹고 학교도 다니고 내가 행복하다는 점을 알게 됐지요.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학생들은 급우들과 우정을 체험하기도 했다. 홍보대사로 한 해 동안 수고했던 3학년 유상빈 군은 열심히 모금한 돈 3만여 만원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당시 눈 앞이 캄캄하고 울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유 군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들이 괜찮다면서 모두 다시 돈을 모아줬어요. 나눔의 기쁨도 느꼈지만 우정과 감사함을 뜨겁게 느끼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나눔. 생명을 다루는 일은 인간다움을 배우는 일입니다

북동중학교 전 학급이 모두 나눔에 함께 하게 된 데에는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문희정 선생님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2006년도에 자녀가 후원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물질적으로 굉장히 풍족한 세대들에게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마음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옮길 때마다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의 씨앗을 심었고 북동중학교에서 그 나눔은 활짝 꽃을 피었다.

문희정 선생님은 “생명을 다루는 일은 정말 소중한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 소중함을 알고 또 물질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라며 그 뜻을 이야기 했다. 그는 2007년 직접 우간다를 다녀와 아프리카의 실상을 보고 오기도 했다.

이런 열정에 서인수 북동중 교장 선생님도 뜻을 이어받았다. 전 학급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문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학생들에게 베풀고 사는 인생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작은 정성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큰 일’을 깨닫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라며 서 교장 선생님은 다른 학교 학생들에도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를 추천했다.

이미 북동중학교는 교장선생님부터 학생들까지 모두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희는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적은 돈이지만 이 돈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을 얻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되거든요.”

북동중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돌아오는 말이었다. 그들은 이미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우뚝 서 있었다. 돌아오는 길, 저절로 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요즘 10대들 참 무섭다.

북동중학교에서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씨앗을 심은 문희정 선생님

북동중학교에서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씨앗을 심은 문희정 선생님


‘한 학급 한 생명’ 후원이란?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은 지구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어린이와 한 학급이 결연을 맺어 그 어린이의 삶에 변화를 주고,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지구촌 나눔 캠페인입니다.

소중한 후원금은 후원아동을 위한 충분한 식량과 깨끗한 물을 제공해 주는 우물, 학교시설 건축 등 아동이 안전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사용됩니다.

'한 학급 한 생명' 후원이란?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은 지구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어린이와 한 학급이 결연을 맺어 그 어린이의 삶에 변화를 주고,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지구촌 나눔 캠페인입니다.  소중한 후원금은 후원아동을 위한 충분한 식량과 깨끗한 물을 제공해 주는 우물, 학교시설 건축 등 아동이 안전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사용됩니다.


글. 홍보팀 김효정 간사
사진. 장은혜 재능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