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개가 넘는 학교를 다니는 전학생, 인도와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던 휴학생. 그렇게 나그네처럼 짐을 꾸리고 싸는 일이 익숙한 저에게 월드비전은 나그네의 결정판이 되게 한 곳입니다.
목포에서 배로 4시간 떨어진 섬부터 비행기로 23시간이 걸리는, 남미의 산골짜기까지 후원자와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낭떠러지 산길을 달리고, 차에 탄 채 강을 건너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과 지역의 이야기를 월드비전소식지의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9,10월호 월드비전소식지에 담지 못한 남미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엘살바도르
하루 2달러, 움막집의 감사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는 움막집. 때가 꼬질꼬질한 남자 아이 하나가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손님이 왔다고 지붕 위에 널려 있는 옷을 입으러 간 겁니다. 손톱 사이사이에 낀 때와 새까만 발바닥이 아이가 언제 마지막으로 씻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은 집은 폭우라도 쏟아지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다섯 남매 중 셋째는 감수성이 여린 소녀인데, 학교 숙제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너무 가난했던 때, 친척집에 보낸 적이 있던 아이입니다.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환경과 상황. 예상 가능한 답을 기대하며, 엄마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납니다.
“우리 아이들과 전부 같이 살 수 있고, 하루 2달러라도 벌 수 있어서 감사해요.”
감사가 넘치는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을 하는데도,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엄마의 감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이 아이들도 월드비전의 후원자님을 만나게 되면, 조금 더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겠지요?
엘살바도르 누에바비다 ADP
엘살바도르. 1991년까지 시민전쟁이 있던 나라. 국가 최대 수입원이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이 보내주는 돈인 나라. 범죄율이 세계 5위안에 드는 나라.
그 엘살바도르의 누에바비다 ADP가 있는 지역은 인구 12,443명의 마을. 이 중 46%가 0~19세인 젊은이 마을이다. 그런데 주민의 34%가 아주 심각한 가난에 시달린다. 즉 19세 미만 아이들이 가난으로 고통받는 지역이다.
하루 평균 2달러로 생활하는 사람들. 그 마을에 우리 후원아동 3000명이 산다.
과테말라
할아버지의 유산, 콩 한 자루
깊은 눈이 매력적인 과테말라의 17세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빠랑 새엄마랑 살았습니다. 새엄마는 아빠와의 사이에서 이간질을 했고, 아빠와 새엄마에게 많이 맞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 행복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학교 공부는 곧잘 하던 그녀가 아빠 심부름을 나갔다가 나쁜 사람을 만납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할 만큼 순진했던 그녀는 그 나쁜 사람의 아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둔 미혼모입니다. 막노동하며 집에서 유일하게 생계활동을 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달 째. 식량이라곤 할아버지가 남겨둔 콩 한 자루와 옥수수 한 포대가 전부입니다.
월드비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17살 엄마. 8개월 된 아들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려면, 월드비전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간절히 말합니다.
아직은 후원자가 없는 8개월 된 아들에게 꼭 사랑 많은 후원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17살 엄마. 꽃을 좋아해서 언젠가는 작은 장미정원을 갖고 싶다는 그녀.
오늘도 그녀는 8개월 된 아들의 후원자가 되어줄 분을 기다립니다.
과테말라 호코탄 ADP
총인구 50,803명 중 20% 정도인 10,015명의 지역주민이 월드비전을 통해 지원받는 과테말라 호코탄 ADP(지역개발사업장).
후원아동 2,500여명을 위해 건강, 교육, 아동가정의 소득증대, 아동결연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호코탄 ADP는 2010년 한 해 동안 784가정을 지원했는데 2013년의 목표는 1350가정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글. 월드비전 홍보팀 노혜민
사진. 월드비전 홍보팀 윤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