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직원의 이야기 9
특별의료지원

새벽 3시. 말라위 상가 베이트 국제병원

이 어둑하고 무거운 공간에서 따뜻한 빛 줄기를 기다린 지다섯 시간 째. 제시(Jessie Nkhwazi)의 부모님과 지역개발사업 담당자 그리고 저는 차가운 정적과 긴장감이 맴도는 수술실 앞을 아무 말 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끼이익~’소리와 함께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새하얀 빛 줄기가 스며나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의사 뒤로 침대에 누워있는 제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허겁지겁 달려간 제시의 어머니에게의사는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 철썩 주저앉아 안도의 눈물을 또 다시 흘립니다.

새벽 3시. 말라위 상가 베이트 국제병원.  이 어둑하고 무거운 공간에서 따뜻한 빛 줄기를 기다린 지다섯 시간 째. 제시(Jessie Nkhwazi)의 부모님과 지역개발사업 담당자 그리고 저는 차가운 정적과 긴장감이 맴도는 수술실 앞을 아무 말 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끼이익~'소리와 함께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새하얀 빛 줄기가 스며나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의사 뒤로 침대에 누워있는 제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허겁지겁 달려간 제시의 어머니에게의사는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 철썩 주저앉아 안도의 눈물을 또 다시 흘립니다.

뜨겁고 아픈 만남

2010년 6월, 이른 새벽이었던 어느 날, 후원아동 담당봉사자인 에밀리메튜(Emily Mathew)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담당 마을에 있는후원아동 제시의 상태가 심각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지역개발사업 담당자인 루시(Lucy Vahzi)와 저는 제시를 만나기 위해 허겁지겁 자동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어떻게 전화를 받고 제시의 집까지 달려갔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그걸 깨닫자 그 때부터 제가 아픕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고, 어둡고 습한 기운이 뒤 덮인 제시의 집.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슴바닥까지 밀려왔습니다.

선천성 내반슬

이 이름조차 어려운 병 때문에 제시는 걷지도못하고 부모님의 등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제시는 두 다리의 무릎이 서로 붙지 않고 O자 모양으로 바깥쪽으로 구부러진 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곧은 버팀목이 휘어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제시를 가슴에 안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40년치를 한꺼번에 우는 것 같은 제시 어머니의 통곡을 보며 심히 놀랐습니다. 평소에 조금씩 흘려놓지 못한 눈물이 이제야 터져 나오는 것일까?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혹여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무서움이 섞여 있는 듯한 어머니의 울음 소리는더 일찍 아이를 챙기지 못한 나를죄책감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선천성 내반슬. 이 이름조차 어려운 병 때문에 제시는 걷지도못하고 부모님의 등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제시는 두 다리의 무릎이 서로 붙지 않고 O자 모양으로 바깥쪽으로 구부러진 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곧은 버팀목이 휘어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제시를 가슴에 안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40년치를 한꺼번에 우는 것 같은 제시 어머니의 통곡을 보며 심히 놀랐습니다. 평소에 조금씩 흘려놓지 못한 눈물이 이제야 터져 나오는 것일까?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혹여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무서움이 섞여 있는 듯한 어머니의 울음 소리는더 일찍 아이를 챙기지 못한 나를죄책감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만약 죽은 뒤에 제가 환생할 수 있다면 전 건강한 여자아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러면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을 거잖아요. 그리고 남자 아이들 앞에 당당할 수 있잖아요.’

수술 하기 전 빵 한 조각 입에 넣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6살 아이에게도 가난과 질병은 이렇게 슬프도록 소박한 꿈을 가지게 하나 봅니다.

창 밖으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강줄기 같은 긴 줄이 보입니다. 제시가 수술을 받는 베이트 국제병원은 항상 많은 환자들로 붐빕니다. 215,000명이나 되는 지역 주민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라곤 하나 밖에 없고, 의사의 숫자도 적어 환자들의 병원 밖에서 24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우리가 있는 이 곳 상가 사업장에는 돈이 없어 병원조차 올 수 없는 환자들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어딘가에 제시처럼 가난과 통증을 껴안고 살고 있을 아이들,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벽이 종잇장처럼 얇다는 현실이 저를 더 가슴 아프게 합니다.

천사의 손길은 어디에나 있다.

제시의 수술은 말라위 지역 장애인협회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도와달라는 나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협회장은 흔쾌히 도움의 손을 내어주었고, 일은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종합병원이었다면 몇 개월이 걸렸을 수술이 바로 진행될 수 있었고, 만만치 않은 수술비용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시를 빨리 도와주지 못한 슬픔만큼이나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적이 절실했던 나에게 협회의 도움은 어느 때보다 고마운 천사의 손길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있는 제시를 봅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회복이 얼마나 빨리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제시는 늘어져서 잠이 들었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통각을 이겨내느라 숨소리보다 잦은 신음소리가이어집니다.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이제야 쏟아져 나옵니다. 조용히 제시에게 다가가 후원자님으로부터 온 편지를 배게 곁에 놓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후원자님의 편지지만 격려와 사랑으로 가득 찬 편지는 그 겉이 아직도 따뜻합니다.

기운이 없어도 웃고, 아프면서도 울음을 참았던 제시의 축 늘어진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합니다.

‘제시, 어서 일어나 너의 첫 걸음마를 우리에게 보여주렴!’

천사의 손길은 어디에나 있다.  제시의 수술은 말라위 지역 장애인협회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도와달라는 나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협회장은 흔쾌히 도움의 손을 내어주었고, 일은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종합병원이었다면 몇 개월이 걸렸을 수술이 바로 진행될 수 있었고, 만만치 않은 수술비용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시를 빨리 도와주지 못한 슬픔만큼이나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적이 절실했던 나에게 협회의 도움은 어느 때보다 고마운 천사의 손길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있는 제시를 봅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회복이 얼마나 빨리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제시는 늘어져서 잠이 들었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통각을 이겨내느라 숨소리보다 잦은 신음소리가이어집니다.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이제야 쏟아져 나옵니다. 조용히 제시에게 다가가 후원자님으로부터 온 편지를 배게 곁에 놓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후원자님의 편지지만 격려와 사랑으로 가득 찬 편지는 그 겉이 아직도 따뜻합니다.  기운이 없어도 웃고, 아프면서도 울음을 참았던 제시의 축 늘어진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합니다.   '제시, 어서 일어나 너의 첫 걸음마를 우리에게 보여주렴!'

제시의 두번째 삶

수술 후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제시의 집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제시는 아직까지 걸을 수 없었습니다.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또 다시 부모님의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 수도 없었고, 학교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상실감에 휩싸여 돌아오던 길에 제시를 씻기던 제시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목욕물보다 더 뜨거웠을 그녀의 눈물, 한참이 지날 때까지 앓았을 제시의 통증과 다리에 남아있는 흉터 자국. 전 아무런 위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덜 아프게 하는 거라고 억지로 생각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 아프고 가난한 모든 아동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기도가 끝날 즈음,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다급하고 상기된 제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3미터 정도 떨어진 나에게 까지 들려왔습니다.

‘TithokozeMulunguopereshoniyayedabwino!’
(제시가 걷고 있어요. 수술이 성공적이었어요!)

우리 모두는 기뻐 날뛰었고, 행복과 안도의 눈물로 뒤범벅 된 채 무릎 꿇고 감사의 기도를 했습니다.

이제 제시의 두번째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시가 첫 걸음을 뗐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아요. 일기장에 기록해둘 걸 그랬어요.”
“당신을 향해 걸어오는 아이를 두고 어느 부모가 이성적일 수 있겠어요. 기록할 시간이 있었다 해도 못했을 걸요.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순간이지만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난 첫 아이를 안고 숨이 막히는 감동 같은 거요.”

제시(가운데)의 두번째 삶의 시작과 함께 가족들도 새로운 삶의 기쁨을 찾았습니다.

제시(가운데)의 두번째 삶의 시작과 함께 가족들도 새로운 삶의 기쁨을 찾았습니다.

말라위에 살고 있는 많은 아동들의 질병과 수술은 가난과 영양부족에서 시작됩니다. 영양결핍은 아동들의 질병에 근본원인이 되며 응급처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돈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품의 오용도 큰 문제중의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지역 내 보건소가 부족해 환자나 임산부를 먼 거리로 이송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말라위 상가사업장은 부모들에게 영양식 조리법을 교육하여 아동들의 영양상태를 개선하고, 예방접종을 통해 말라리아와 설사병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마을자원봉사자조직(CCC, Community Care Coalition)을 구성하여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랭크마게시(Frank Magetsi)
말라위 상가 지역개발사업장

마을의 모든 아이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매일 상상한다는 20년차 지역정보담당자. 아이들과 함께 일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교육학과 지역 개발학을전공하고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학 공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가 사업장의 ‘빅대디(Big Daddy)’로 불리며 아이들을 위해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그가 있어 든든하고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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