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직원의 이야기 10
작전명 WV ADP 191195
정확한 아동 정보를 전달하라!
Part 1. 작전준비! 꼼꼼하게 확인하라
“휴우……” 눈이 빠져라 숫자들을 본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창밖을 보니 어느덧 노을이 내려, 마을에 오후의 조명을 켰습니다. 부쩍 다시 더워진 날씨도 오후가 되어 한풀 꺾였나봅니다.
제 책상 오른쪽에는 아이들의 연례발달보고서(APR: Annual Progress Report)가 수북이 쌓였고, 왼쪽에는 아직 보지 못한 APR들이 확인한 것들보다 훨씬 많이 쌓여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아동정보관리 프로그램이 켜져 있습니다. 요즘 APR 작성 기간이라, 온종일 이렇게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업장 결연아동 총 1,000여 명의 APR을 모두 확인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동번호와 이름, 아이의 사진이 맞는지 데이터와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후원자님께 결연아동의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APR이 날아갈까 선풍기도 멀리하며 외줄타기 하듯 집중해서 조심조심 확인합니다.
APR 및 아동서신 등은 관련교육을 받은 마을의 월드비전봉사자들이 아이를 만나 받습니다.
발로 뛰어주는 고마운 봉사자들이 작성한 자료를 주면, 저는 먼저 초벌 APR을 작성하여 데이터 아동정보와 비교하고, 이상이 없을 때 후원자님께 발송할 APR을 최종 작성합니다. 이렇게 작성한 APR을 세네갈 수도에 있는 본부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한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한 번씩 정보 불일치 건이 생기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참 죄송하고 꼼꼼하지 못했던 제가 밉습니다.
Part 2. 현장 점검! 작전요원들을 지원하라!
사업장에서 아동의 정보를 받는 봉사자들이 더욱 정확하게, 실수 없이 아동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봉사자교육이 있는 날입니다. 먼저 봉사자들이 한창 APR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마을의 학교에 찾아갔습니다.
학교 앞 공터가 시끌벅적,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아이들 무리 한가운데 갖다 놓은 책상에 앉아 있는 청년과 옆에 서서 아이들에게 이름을 묻고 있는 청년, 이 두 명이 월드비전 봉사자입니다. 아이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함께 데이터 작성을 하기로 했습니다. 줄 서 있는 아이들에게 먼저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목요일의 아이들
“Tening, 테닝. Talata, 탈라타. 다음은 누구니?”
“카미사에요.”
맨 뒤에 있는 빨간 치마를 입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가져 온 파일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찾아 하나하나 체크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이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테닝, 탈라타, 카미사…… 이 이름들은 모두 요일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테닝은 월요일, 탈라타는 화요일, 카미사는 목요일을 뜻하는 세네갈 말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름을 물은 열한 명 중에 두 명의 월요일과 세 명의 화요일, 또 두 명의 목요일과 세 명의 금요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한 아동은 일주일에 속하지 않는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개를 들어 황당한 눈빛으로 이 마을 담당 봉사자를 쳐다봅니다. 마을 봉사자는 별일 아닌 듯이 멋쩍은 웃음을 내어 보입니다.
“이 마을도 요일로 이름을 지으면 복이 있다고 믿는 곳이군요.”
어색한 웃음이 교환되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봉사자도 월요일의 남자라는 것을.
작전요원에게도 충전이 필요하다!
이름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 자료를 작성합니다. 이 봉사자들은 벌써 두 시간째 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아이들의 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쉬어가며 하라고 하고 싶지만, 정해진 기한이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 성함이 뭐니?”
“니아카소 굴리에요.”
“니아카소.. 굴리…”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를 받아 적는 봉사자. 아 그런데, 분명 니아카소 굴리라고 했는데 봉사자가 니아카소 반갈리라고 적고 있습니다.
“테닝, 뭐하는 거에요? 니아카소 굴리라고 했는데 반갈리라고 적었어요”
“앗..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방금 전 아동 이름이 니아카소 반갈리여서, 아까 그 아동을 생각하다가 그만…..”
“정말 쉬어야겠어요. 잠시 내가 할 테니 좀 쉬세요.”
많은 아이들의 정보를 다루다보니, 이렇게 정신이 몽롱해질 때가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봉사자를 더 늘리고, 개인당 업무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Part 3. 소개서신을 완벽하게 작성하라!
고모가 없는 마을
이번에는 새로 결연된 아동의 소개서신을 받는 현장입니다.
봉사자와 함께 대가족인 아이의 집에 갔습니다. 어른도 여러 명, 아이도 여러 명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똘망똘망한 눈이 귀여운 꼬마 아베쎄에게 묻습니다.
“누가 아빠시니?”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한 어른을 가리키더니, 곧이어 옆의 또 다른 어른도 가리키고, 또 저 쪽 어른도 가리킵니다.
“하하. 아니, 아빠가 누구시냐구.”
아이가 이번에도 똑같이 세 명을 가리킵니다. 봉사자가 설명해 줍니다.
“이 동네에는 삼촌도 아빠고, 고모도 엄마에요. 가족 호칭이 보통 생각하는 가족이랑 다른 경우가 많아요.”
“아유, 이쪽 마을도 그렇군요.”
사업장이 무척 커서 다양한 문화와 풍습을 가진 마을들이 있다 보니, 이런 특이한 상황도 많이 봅니다.
세 명의 엄마들 중에 겨우 아이를 낳은 엄마를 찾아 아이의 생일을 물었습니다.
“오… 우리 아베쎄는… 건너 건너 집에 새댁이 들어와서 결혼잔치를 한 다음 날 낳았죠.”
옆에 아빠들이 거들었습니다.
“아냐, 얘는 큰 비가 와서 숲에서 멧돼지가 마을로 들어왔던 해에 나왔어.”
“내 기억으로는……”
엄마와 아빠들이 아베쎄의 태어난 해며, 계절을 갖고 한창 토론하기를 십여 분이 지났습니다. 시골지역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생일을 챙기지 않는 곳도 많아 태어난 날을 알아내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아무래도 아베쎄의 나이 또한 월드비전 협력 보건소 직원에게 문의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Part 4. Mission Not Impossible
소개 서신을 다 작성하고, 잠시 집 앞에 앉아 쉬고 있는데 방에서 너무너무 귀여운 꼬마애가 아장아장 걸어 나옵니다. 노란 꽃무늬 원피스가 잘 어울립니다.
“어유 이쁜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니?”
아이를 안아주는데, 한 엄마가 말해줍니다.
“걔 남자에요.”
“……아;;;;; 그런데 왜 치마를 입고 있어요?”
“어린애가 남자 옷 여자 옷이 어디 있나요.”
봉사자가 한마디 거듭니다.
“어린 애들은 그런 거 잘 구분 안 해서 입히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동사진 찍을 때 일부러 여자아이들은 귀걸이나 머리핀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막상 이렇게 여자아이라고 생각되는 아이가 남자아이라고 할 때면 당황스럽습니다.
수도 다카르에서 공부하고 이 지역에 일하러 온지 3년, 저는 같은 민족이기에 문화적 맥락에 따른 이런 풍습들이 다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먼 나라에 계신 후원자님들도 이런 우리 문화를 다 이해해 주실 수 있을지…… 어쨌든 제가 이러한 문화적 풍습이나 업무 여건들에 대해 잘 설명도 드리고, 그로 인한 오해나 실수가 없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날마다 업무과정을 개선해 나가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정확한 아동 정보를 전달하라! 는 미션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와 우리 월드비전 봉사자 및 직원들은, 후원자님께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는 날까지 무한 도전!입니다.
파타, 비안퀸치(Pata, Bianquinch)
세네갈 퐁고 지역개발사업장 직원 파타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평등하고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아동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는 그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하였고 월드비전에서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