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의 비결이죠!”

세계를 돌며 지구마을과 인터뷰를 해온 청년이 있다. 대학 시절 흔히들 생각하는 낭만적인 유럽배낭여행이 아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타이, 싱가포르, 멕시코, 코스타리카, 파나마, 에콰도르, 페루 등등. 그는 힘들고 소외된 지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삶에 동화된다. 지구마을은 그의 터전이 되고, 지구마을 역시 한국에서 온 한 청년에게서 한국의 열정을 배운다. 이런 시간들은 그에게 있어 “낭만”이다. 그 삶의 주인공, 이동원(25)후원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단비와 함께 시작된 지구마을과의 소통

그를 만나기로 한 날 오전, 이른 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비가 내렸다. 월드비전과 그의 인연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 ‘단비’ 프로그램에서 그는 자신이 다니는 서울대에 입학해 화제를 모은 잠비아 소년 ‘켄트’ 의 매니저이자 보호자 자격으로 월드비전과 함께했다. 당시 그는 월드비전에게는 든든한 스태프로, 켄트에게는 편안한 맏형으로 촬영이 잘되도록 뒤에서 보조했다. TV화면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잠비아 땅에 우물이라는 단비를 함께 선물하고 난 후 그는 지구를 돌며 사람들과 소통할 계획을 세웠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푼푼히 모은 자금을 털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26일, 7개월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인권을 생각하니, 평화가 연결되고, 지구 평화를 떠올리니 또 환경이 생각나고… 이렇게 관심사가 연결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곳으로 향했죠.”

그는 긴 여정의 취지를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화 없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행 중 배에서 만난 일본의 보수적인 노인 승객과 위안부 역사에 대해 이야기 했고, 베트남에서는 학살 피해를 당한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이야기하기 민감한 부분도 함께 나누기를 원했다.

잠비아 출신 서울대 재학중인 켄트와 이동원 후원자

잠비아 출신 서울대 재학중인 켄트와 이동원 후원자

웃음과 눈물을 가르쳐준 지구촌

이왕 떠나는 여행, 지구마을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그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월드비전을 비롯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단체들을 직접 수소문해서 계획을 짰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마사이족 캠프에 머물면서 초등학생들을 위해 교실을 수리했다. 페루에서는 교육봉사를 하며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양치질도 시키고, 알파벳도 가르쳐주고 아이들과 어울릴 때는 너무 정신 없기도 했지만 제게 뛰어들어 안기기도 하고 수줍어서 몰래 제 뒤를 따르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행복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순간도 많았다. 볼리비아에서의 기억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볼리비아 월드비전의 소개를 받아 야야구야 광산촌으로 향했다. 한 광산 막장에서 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막장인생을 살아가는 14~15세 소년 광부들을 만났다. 알코올에 가까운 농도 90%의 술에 고통을 내맡기며 그들은 펜 대신 망치를 들고 있었다. 그는 “그 앳된 얼굴의 소년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들을 통해 전태일이 죽음으로 이야기했던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묵직한 무언가가 울리면서 달려오는 소리가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섞여 귓가에 꽂히면 재빨리 뒤편으로 숨어야 했다. 그러면 녹슨 레일을 따라서 광물이 가득 실린 쇠수레가 무서운 얼굴로 지나갔다. 녹슨 레일과 천장을 따라 이어진 공기 호스와 레일 사이에 잔뜩 고여 있는 흙탕물과 어둠만이 가득했던 광산 내부. 칙칙한 공기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의 냄새.

사고에 대한 공포로 항상 긴장감이 팽팽한 포토시(Potosi)의 어느 광산에서 나는 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돌을 깨는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중략)  모두 14~15살짜리 소년들이었다. 새벽부터 터널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내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무표정하게 대답하던 아이들.

월드비전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는 일을 돕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다시 광산으로 돌아갔다.

[이동원 지구마을 인터뷰] 볼리비아 열네댓 살 광부들, 땅 밑에 갇힌 희망 중에서

광산촌의 해맑은 아이들

광산촌의 해맑은 아이들

힘든 것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을 마시는 십대 광부들

힘든 것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을 마시는 십대 광부들

볼리비아 광산안에서 이동원 후원자

볼리비아 광산안에서 이동원 후원자


언어 없이도 통하는 비결, 마음

수많은 곳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언어 장벽은 없었을까. 그 역시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스페인어를 ‘열공’했다. 단어 하나라도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소통의 전제 조건은 언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한국어로, 상대방은 그 나라 언어로 손짓 발짓으로 웃으며 두 시간 동안 이야기 해봤어요.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의 비결이죠!”

그의 발자취를 담은 책 <지구마을 인터뷰(가제)>가 곧 나온다. 한겨레 신문 웹 공간을 통해 여행기를 연재했던 내용을 다듬었다. 그는 인세를 월드비전을 비롯한 NGO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에게 소중한 기억을 선물해준 단비 같았던 지구마을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열정을 나눔으로 돌린 25세 청년, 이동원.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잠시 그쳤던 비가 세상을 촉촉하게 다시 적시기 시작했다.

글. 김효정 홍보팀
사진. 김은하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