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커의
헤어디자이너 지망생
지원 프로젝트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전국의 한 대형서점 글판들을 수놓았던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이야기에 위 시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는 것 같아서요.
설명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나눔 주제는 ‘멘토’입니다.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서 유래한 단어죠. ‘멘토르’는 오디세우스의 친구였습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기 전,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멘토르에게 맡겼습니다. 멘토르는 텔레마코스의 스승이자 아버지로, 10년간 그를 정성스럽게 보살폈습니다.
둘의 만남을 생각해봅니다. 아마 ‘사람이 온다는 것’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어린 텔레마코스도, 나이 많은 멘토르도 서로의 ‘어마어마한 일생’을 10년간 겪어야 했습니다.
멘토르는 어리지만 기구했던 텔레마코스의 ‘운명’을 마주해야 했고, 텔레마코스는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오로지 멘토르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대처해야 했습니다.
오늘날 ‘멘토’라는 단어는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멘토-멘티의 관계를 그냥 ‘도움을 주는 관계’로 간주하고 만다면, 둘의 만남 사이로 숨은 수많은 생의 굴곡들과 서로를 향한 마음과 책임, 믿음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지 모릅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려는 서로의 노력과 용기, 이해심을 알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여기 멘토-멘티라는 그 ‘어마어마한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보내주신 귀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커커는 국내 대표적 헤어디자이너인 이철 씨가 세운 회사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월드비전의 지원 학생들 중,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친구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 19명의 멘토가 되어주는 <꿈꾸는 아이들 지원사업>입니다.
<꿈꾸는 아이들 지원사업>은 월드비전의 19명 학생들과 ㈜커커의 지점 원장님들을 지역별로 결연해 지속적인 만남, 교육, 각종 실습 및 학비 지원등으로 학생들이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이룰 때까지 함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0월8일, 강남구 논현동의 ‘트리코드’에서 열린 출범식은 19명의 학생들과 결연지점 원장님들, 월드비전 및 ㈜커커 본사 임직원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앞으로 3년간 학생들에게 지원할 장학금 등의 학비, 진로활동비 등의 전달식도 열렸습니다.
이윽고 멘토(원장님)과 멘티(학생)들의 소개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내 멘토는 누굴까? 내 멘티는 누굴까?
서로를 향한 설레임과 함께 멘토와 멘티를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레크레이션 시간, 함께하는 점심식사, “내가 생각하는 헤어디자이너란?” 코너들로 멘토와 멘티는 순식간에 친해졌습니다.
제가 생각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시간이었습니다.
이철헤어커커 아카데미의 선우 팀장님께서 컷팅의 기초를 강의해주셨습니다. 실습을 겸했다는 게 중요!
학생들 각자 가발을 쓴 마네킹의 머리카락을 다듬어봤습니다. 멘토 분들의 가르침 아래서 말이죠.
선물받은 전문 미용 가위로 가발의 머리카락 올들을 직접 만지면서 조심스럽게 처음 컷팅을 해본 학생들의 가슴은 정말로 콩닥콩닥했을 겁니다.
멘티들은 이윽고 ㈜커커의 지점들을 방문해 지점 소개를 받았습니다.
특히 ‘마끼에’로 불리는, 최상위 고객들만을 위한 프리미엄 지점을 방문했는데요.
우리나라 최고의 헤어숍을 구경한 친구들에게는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뭉게뭉게 키울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하면서 멘토-멘티는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커커의 <꿈꾸는 아이들 지원사업>은 향후 수 년에 걸쳐 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커커 분들의 ‘월드비전의 필요를 먼저 경청해주고, 담담히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기업은 자신들의 필요를 먼저 요구하고, 때론 고집 피우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커커 분들의 ‘먼저 경청하는 모습’이라면, 우리 학생들에게도 든든한 멘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멘토-멘티라는, 매우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고, 서로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가야 하는 어려운 사회공헌의 길을 선택한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답니다. 앞으로 ㈜커커와 월드비전의 ‘어마어마한 만남’에 계속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후원개발팀 방승빈
사진.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