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직원의 이야기 14
- 모리움에겐 두 명의 엄마가 있어요 -
2002년 7월 18일,인연이 시작된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서로를 생각하고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았지만, 한 번도 직접 만나진 못했습니다.
한국의 강기순 후원자님은 방글라데시의 모리움을 막내딸로 여기고,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었습니다.
2002년에 여섯 살이던 모리움은, 2012년에 꽃다운 열여섯 숙녀가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2012년 1월 30일.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2002년부터 후원하던 딸 모리움을 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61세 환갑이 되었는데 이번에 가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신청글을 올립니다.
참여할 수 있다면 저와 모리움에게 이보다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딸 모리움을 꼭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강기순 후원자의 방문 신청 글
강기순 후원자님은 작년에 교통사고로 석 달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다리에 철을 심어 활동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리움이 사는 마을에 가 보고,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방글라데시 방문을 신청했고, 기쁜 마음에 몸이 아픈 것도 잊고 선더번에 갔습니다.
모리움을 만나기 전날 밤, 강기순 후원자님은 걱정과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날 어색해하면 어떡하지? 날 모르는 건 아닐까? 먼저 다가와 안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후원자님은 아이의 집 앞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집 앞에 서서 후원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꽃처럼 활짝 웃으며 후원자님께 안겼습니다. 후원자님의 걱정은 한 순간에 넘치는 기쁨과 감격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엄마가 두 명이에요.
가져 간 선물을 주고, 그 동안의 회포를 풀며 모리움과 이야기하는 중에 일하러 갔던 모리움의 어머니가 돌아왔습니다.
모리움의 어머니는 은행에서 청소 일을 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방글라 엄마와 한국 엄마가 만나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강기순 후원자
홀로 두 아이 키우느라 너무 고생이 많으셨네요.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잘 되면 온 집안이 편하게 되는데, 모리움 오빠가 대학에 갈 예정이고 모리움도 공부 잘 하고 있다니 너무 좋네요. 꼭 아이가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얻을 때까지 일찍 결혼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리움 어머니
후원자님 덕분에 아이 이렇게 잘 키울 수 있었어요. 제가 아니라 후원자님이 키운 거예요.
아이가 대학까지 모두 마치고 직장을 얻을 때까지 시집 안 보낼 거예요. 일찍 보낼수록 고생이죠. 내 힘이 남아 있는 날까지 뒷바라지해서 애들은 고생 안하고 살게 할 거에요. 내가 아니라 후원자님이 모리움 엄마에요.
10년만의 아쉬운 만남이 끝났습니다.
강기순 후원자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잠시 맞잡았던 두 손의 따뜻함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모리움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고 또 보며, 아이에게 또 편지와 사진을 보낼 계획을 세워 봅니다.
방글라데시의 모리움은 10학년 학생으로 학교에 다닙니다.
후원자님의 격려를 기억하며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밥 먹을 때마다 어머니, 오빠와 함께 후원자님 이야기를 합니다. 좁은 잠자리에 피곤한 몸을 누일 때면, 후원자님의 포근하고 넉넉했던 품을 떠올립니다.
긴 그리움 끝에 이뤄진 짧은 만남은 이제 일상에 녹아들어, 오후 햇살처럼 서로의 삶을 따뜻하게 합니다.
글. 후원관리팀 조진옥
사진. 홍보팀 박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