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직원의 이야기 15
로마인 마을의 바네사와 아즈라
“아버지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두 소녀의 활기찬 목소리가 집을 울립니다.
“응 귀여운 우리 딸들 잘 다녀오렴. 열심히 공부하고. 아빠도 곧 출근해야겠다.”
가족은 쓰레기장 근처에 직접 주운 재료로 지은 집에 살지만, 누구보다 행복해 보입니다.
아즈라와 바네사 자매의 표정은 환히 밝고, 아버지의 얼굴에도 자신감의 빛이 가득히 보입니다.
아즈라 가족은 보스니아 사회에서 소외된 로마인 마을에 삽니다. 이곳은 라쉬바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이기도 합니다. 학교 가는 길, 거리에서 동네 친구들이 아침부터 쓰레기와 고철을 줍고 있습니다. 아즈라도 작년 8월까지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쓰레기나 고철을 주웠습니다.
“나도 영영 학교에 못 갈 줄만 알았어. 아버지가 월드비전을 통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면, 우리는 공부를 못했을 거야.”
두 살 언니인 아즈라가 동생 바네사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두 아이는 구걸도 많이 했지만 돈은 구걸한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돈은 구걸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늘 음식이나 물건을 얻으러 다녔습니다.
변화의 시작
- 아버지의 굳은 의지
가난하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의 아버지 수바드 씨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년 전에 월드비전 야간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 초중등학교 졸업장을 땄습니다. 그리고 올해, 월드비전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은 온실에 3명을 채용했는데, 그 중 한 명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첫 두 달 월급으로 아이들 공부에 필요한 책과 학용품, 옷을 장만해서 작년 9월에 두 아이가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아즈라는 형편이 못 되어 2년 간 공부를 못하다가 이번에 동생과 함께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바네사, 나도 도움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까, 이다음에 커서 선생님이 되면 이 마을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싶어.”
“언니, 나도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래. 근데 오늘 학교 마치고 인형놀이 할까?”
“응. 옆집 애들이랑 같이 놀자.”
아즈라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무척 감사하며, 나중에 커서 아이들을 돕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아직 인형놀이, 그리고 보스니아 인기가수들의 춤과 노래입니다.
따뜻한 겨울
- 후원자님의 선물
지난 겨울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바네사 가족은 장작으로 쓸 만한 모든 것을 주워 집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이런 가족에게 또 하나의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1월, 한국에 계신 바네사의 후원자님이 아이에게 선물금을 보낸 것입니다.
월드비전 결연사업 담당자인 저는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전하러 바네사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바네사 아버지, 정말 기쁜 소식을 드리려고 왔어요. 바네사의 한국 후원자님이 선물금을 보내셨대요. 이 선물금으로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사실 수 있어요.”
“미렐라 선생님, 정말인가요?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겨우내 정말 추우셨죠? 이제 아이들도 밤에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거에요.”
86달러로 아즈라 가족은 충분한 음식과 위생용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바네사는 겨울용 부츠를 사고, 심지어 6명의 형제자매를 위한 과자도 살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태어나서 과자를 처음 먹어봐요. 우리들에게 과자를 산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과자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놀라운 선물이었습니다. 생필품이 아닌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사치였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아즈라 역시 후원자님에게 성탄킷 선물로 학용품을 받았습니다. 수바드 씨가 말했습니다.
“요즘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 많이 일어났어요.”
“수바드씨, 행운이 아니에요.”
일자리 창출사업을 담당하는 제 동료 헬레나가 답했습니다.
“수바드씨가 굳은 의지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먼저 내밀지 않았다면, 수바드 씨 가족의 삶은 변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바네사 가족처럼 굳건하고 인내심과 의지가 있으면서, 행운까지 따르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과 도움의 손길까지 필요합니다. 아즈라와 바네사에게는 월드비전 결연사업이 밝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믿음을 선사한 것입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동유럽에 있기 때문에, 가난하고 억압받으며 도움이 필요한 국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1992년부터 1995년까지 계속된 내전으로 인해, 3개의 민족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으로 나뉘었습니다. 각 민족이 각자의 대통령과 정치 제도를 가지고 있어 국가 발전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월드비전 아동결연사업은 학교와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여, 모든 아동이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를 얻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렐라 판시크
(Mirela Pancic)
월드비전 9년차 베테랑 직원인 미렐라는 “어설프게 닳아 없어지느니 불타버리는 게 낫다”는 좌우명 아래 열심히 일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동참으로 삶에 큰 변화를 주는 월드비전에서의 자신의 일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