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
디젤루나 티죠 사업장
에티오피아는 전통적인 육상 강국입니다. 단거리달리기에서는 거의 힘을 못쓰고 있지만 5000m, 10,000m, 마라톤 등 장거리달리기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다시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스포츠 분야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고 문화 예술계에서 사랑받는 스타들도 많지만, 문화 체육계의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 한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사랑 받고 존경 받는 영웅들은 육상선수입니다.
런던올림픽의 열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지금, 에티오피아의 디젤루나 티죠 사업장 (Dijeluna Tijo ADP) 에서 진행 중인 월드비전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의 시작
한국에서 가장 큰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이며 명성 있는 국제 마라톤 대회이기도 한 동아 마라톤 대회와 한국월드비전은 2008년부터 매해 2회이상 열리는 동아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토대로 한국 월드비전의 자체 자금을 보태 “에티오피아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를 시작, 4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월드비전 사업장은 전통적으로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을 배출한 지역 중 가장 빈곤한 디젤루나 티죠에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재능은 있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마라톤을 할 수 없는 극빈층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육상에 재능이 있더라도 스포츠 교육을 받기 힘든 이유는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기에 급급해서입니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보내는 가정에서 조기 스포츠 교육은 일종의 사치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기획할 때 육상 꿈나무들의 가정에 소득 창출 도구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어 절대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2년 차에는 지역에서 실시하는 체육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70명이 넘는 육상 꿈나무 어린이들의 가정에 소득 증대를 위한 가축들이 지원되었고, 영양 공급원의 다양화를 위해 여러 개량 종자를 농사 교육을 통해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육상 트레이너들과 체육 담당 선생님들이 고급 지도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체육 교육 공간, 간이 샤워실, 화장실과 탈의실을 건축하고 스포츠 용품 등을 후원했습니다. 또한 지역 마라톤 및 육상 대회에 협찬해 “월드비전 특별상” 등을 수여하고 대회의 질을 끌어올리는 등 초기에 기획하고 꿈꿨던 “신나고 알찬 프로젝트, 지속성 있고 통합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내일과 희망
에티오피아 사업 담당자로서 본 프로젝트에서 기대했던 효과는 정상급 마라톤 선수 육성이 아니었습니다. 메마른 땅과 극심한 빈곤만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어린이들이 희망 없이 살지 않고 육상이라는 건전한 스포츠로 건강한 유년을 보내는 것,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극빈층 어린이들의 가족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것(소, 염소, 양 등)들을 제공받아 절대빈곤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다시 말해 마라톤 꿈나무들을 지원하는 콘셉트지만 실제로는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의 후원아동들과 극빈층에게 건강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득 창출 수단을 제공하고, 체육 교실과 화장실을 짓는 등 교육 프로젝트 성격을 띠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고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현장 모니터링 때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라톤 꿈나무 프로젝트지만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전국구 육상선수의 배출 여부로 판단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작은 지역에서 매년 70여명 이라는 제한된 수의 어린이 선수들과 500명 남짓한 직접 수혜자들(가족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데, 이를 통해 전국구 육상 스타들을 배출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다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선정된 수혜자들이 본 프로젝트를 통해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끼고, 삶에 희망을 얻고, 소득증대를 통한 삶의 질이 향상 되는가의 여부를 성공지표로 삼읍시다.”
예상치 못했던 기쁨
하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의 이메일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 꿈나무들이 지역 마라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유명 마라톤 클럽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는 꿈나무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70명의 어린이들 중 무려 15명이나 상위 육상 교육기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지역 육상 대회에서 1위, 주 육상대회에서 3위를 하고 오로미아 주 대표로 전국 육상대회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둔 전국구 육상선수가 배출되어 한국월드비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기적의 가까운 사례들이 거짓말처럼 튀어나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적인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저는 디젤루나 티죠 지역의 극빈층 어린이들이 건강한 육상을 배우고 즐기며, 아이들의 가족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득증대 기술을 획득하고 지원을 받는 것을 핵심으로 여길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스포츠 영재들을 키우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드비전의 역할과 목적에 충실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들이 선물처럼 주어질 거라 믿습니다. 월드비전 후원아동이였던 양학선 선수가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글. 사진 국제개발팀 허디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