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먼저 할까? 안녕이라고 인사할까? 예쁘다는 말을 해줄까?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 게 좋을까? 깨끗한 속옷? 학용품? 에이 모르겠다. 전부 다 가져가야지.”
월드비전과 함께 <EBS글로벌프로젝트 나눔> 촬영 차 시에라리온을 방문한 가수 이영현 씨. 시에라리온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날까지 영현 씨의 마음은 분주합니다. 처음 만나게 될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아이들 생각에 정작 본인 짐은 제대로 꾸리지도 못한 채 밤이 깊어갑니다.
눈물의 땅 시에라리온
아프리카 서쪽 끝, 사하라의 뜨거운 입김이 닿는 땅 시에라리온. 우리에겐 <피의 다이아몬드>로 알려진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로 인한 내전의 상처와 고통을 아직도 다 벗어버리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수도 프리타운에서 차로 8시간을 달려 도착한 니미코로.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가장 많은 니미코로는 그만큼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마다, 골목마다 아픔이 어려 있습니다. 한때는 풍요의 땅이었지만 이젠 물 한 모금, 쌀 한 줌이 귀한 땅이 되었습니다. 건기를 맞아 4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 5분만 걸어도 금방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물을 마셔도 자꾸만 목이 바짝 말라옵니다. 하지만 영현 씨는 아이들이 볼까 쉽게 물을 마시지도 않습니다.
“물이 귀한 마을이잖아요. 아이들도 목이 마를 텐데 저만 마실 순 없죠.” 월드비전 직원들이 건넨 간식거리도 가장에 넣어뒀다가 아이들 손에 하나씩 쥐어줍니다. 수줍어서 눈길을 피하던 아이들도 작은 사탕 하나에 금방 예쁜 미소를 보여줍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 함께 부르는 희망
이번 시에라리온 방문 전, 영현 씨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시에라리온을 향하는 마음이 더 떨리고 기대됐었는지 모릅니다. 그 특별한 선물은 바로 노래! 아이들을 만나면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소중하게 담아 한 곡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좋아해줄까? 노래에 담긴 내 마음을 알아줄까?’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며 드디어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던 날, 영현 씨의 마음은 두근거렸습니다. 노래 제목은 “Fly high”. 귀 기울여 영현 씨의 노래를 듣던 아이들은 곧 예쁜 입을 벌려 따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더니 지치지도 않는지 아이들은 몇 시간이나 계속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엔 나무 뒤에 기대어서, 저쪽 뒤편 집 앞에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던 마을 어른들도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즈음엔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도, 집 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보던 할머니도 아이들과 섞여 함께 박수를 칩니다.
해질 녘이 되어서야 우리의 노래는 끝이 났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아이들이 영현 씨 앞으로 모여듭니다. 처음의 수줍던 얼굴이 아닙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줍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도 청하고 “방금 우리가 부른 노래 악보 좀 주세요~”하고 조르기도 합니다. 노래 한곡을 함께 불렀을 뿐인데, 어느새 이렇게 친해진 걸까요? “Yes, I can fly~” 멀찍이 세워둔 차가 있는 곳까지 따라와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들. 연신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불러주는 주민들…
이곳 사람들의 아프고 고된 삶을 웃게 하는 건 풍족한 식탁과 좋은 집뿐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어루만져줄 노래 한 자락,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 역시 그들에겐 오랫동안 따뜻한 마음의 위로가 되고 웃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둠이 물러가는 속도는 빛이 다가오는 속도와 같다는 것을. 우리가 만난 모두가 영현 씨의 노래를 오래도록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조금이나마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영현 씨의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함께 <Fly high> 로 시에라리온에 희망을 전해요!
지난 4월, 한국에 돌아온 영현씨와 가수 김태우씨,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이 함께 녹음실에 모였습니다. 시에라리온에 울려퍼졌던 희망의 노래 <Fly High>를 정식으로 녹음 하는 날, 빅마마가 아닌 솔로가수 이영현으로 발매하는 첫번째 정규앨범에 수록될 이 노래의 수익금은 전액 월드비전에 기부됩니다. 시에라리온 아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걸음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이영현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Q. 시에라리온에 다녀오셨는데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영현 아프리카를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요. 가기 전에는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도 조금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만난다는 사실이 기대되면서 또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보니 그런 게 모두 괜한 고민이었더라구요. 제가 뭘 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와서 반겨주고 손을 흔들어주더라구요. 아이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시에라리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요?
영현 아이들과 함께 를 불렀던 때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과연 언어도 통하지 않는데, 처음 듣는 노래를 아이들이 잘 부를 수 있을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의 노래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생각보다 훨씬 빨리 곡을 익히는 거예요. 커다란 눈으로 저를 보면서 따라 부르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어요.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가 맞나봐요^^
Q. <Fly high>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영현 이 곡에 담긴 메시지처럼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이 노래를 부를 때도 한 줄 한 줄 가사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구요. 아이들이 오래오래 이 노래의 의미를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또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 또한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Fly high>의 수익금을 월드비전에 기부하신다구요?
영현 네, 이 곡 자체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만든 노래니까요.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했지요. 직접 시에라리온에서 아이들을 보고 와서 그런지 이 노래를 통해 그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주시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더 큰 힘이 될 거예요.
글+ 사진. 후원개발팀 김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