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부영초등학교 현용진 교장선생님
“이 분 같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를 가르쳐 주신 수 많은 은사님들이 들으면 몹시 서운할 소리다. 한 분 한 분, 어렸던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 분들 덕분에 내가 이 정도라도 제 몫을 하는 것이겠지만 현용진 교장선생님과의 인터뷰 내내 가장 크게 자리잡은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무섭게 비가 쏟아지던 여름의 끝자락, 인터뷰 때문에 일부러 옷도 챙겨 입으셨다며 인자하게 웃으시는 교장선생님을 순천부영초등학교(이하 부영초등학교)에서 만났다.
Q. 선생님, 저 오늘 아침 일찍 서울에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 아니, 그러게. 이 먼 길을 오셨네요. 제가 뭐 그렇게 할 말이 있을까?(웃음)
Q. 그럼요. 제가 제보를 좀 받았어요.(웃음) 부영초등학교에는 특별한 교육이 있다고 하던데 소개 좀 해 주세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 그래요. 우리 부영초등학교는 2011학년도부터 월드비전과 함께 ‘사랑의 우물파기’ 모금 활동도 하고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 과정 중에 창의적 재량 활동이 있는데 이 과정 속에 <한학급한생명> 활동을 넣었지요.
<한학급 한생명>이 만든 기적
Q. 그렇게 교육 과정 속에 <한학급한생명> 활동을 넣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 월드비전과 말라위를 갔었는데 그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도움을 주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도 볼 수 있었죠. 그 때 생각했어요. ‘아, 이 발걸음이 헛되지 말아야겠다.’ 돌아와서 선생님들과 상의하며 아이들에게 나눔과 배려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한학급한생명> 외에 부영초등학교가 아프리카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했다고 들었어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 ‘사랑의 우물파기’ 모금 활동을 했어요. 여기에는 학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는데, <사랑의 책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보내주셨어요. 이러한 손길들이 모아져서 부영초등학교가 전라남도 초등학교에서는 최초로 아프리카 말라위의 오지 마을에 ‘사랑의 우물’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우물로 마을 주민 5백 여 명이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게 된다고 해요.
Q.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추진하는 데 반대는 없었나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 특별한 반대는 없었어요. 오히려 1년 뒤에 학부모, 교직원, 학생들이 평가하는 교육과정반성회를 통해 설문을 했는데 90% 이상이 <한학급 한생명> 활동이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평가를 했어요.
현용진 교장선생님이 말하는 ‘교육‘
Q. 사실, 요즈음 사회 분위기가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쪽으로 치우쳐 있잖아요. 아이들이 나아갈 사회가 이러니 학교 교육도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갈 수 밖에 없고요.
현용진 前교장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하게 될 10년, 20년 후에는 정말 글로벌 인재가 필요해요. 글로벌 인재라는 것이 좋은 대학 나와 돈 잘 버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요. 아이들이 책임감 있게 지구촌 문제에 누구 보다 나서서 책임을 지려 하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이 결국 나라의 힘인 거예요. 우리 사는 세상을 좀더 살기 좋게 바꿀 수 있는 기반이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야 해요.
Q. 선생님, 교육이란 뭘까요?
현용진 前교장 교육은 30년 전에 교육 받은 사람들이 30년 후를 살아갈 아이들의 인생을 대비해서 가르치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교육자는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하죠.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한한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해서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없어요. 30년 후,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갈 때를 대비해서 지식 말고도 옳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죠. 나눔, 배려, 사랑. 이런 것들.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가 이렇게 금메달까지 딸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지만 정말 좋은 스승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체조 선수 양학선은 없을 거예요.”
현용진 前교장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이 자라면 바로 양학선 선수처럼 스승을 기억할 것이다. 선생님을 통해 나눔과 배려를 배웠으며,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사람들의 눈물과 행복이 공존하는, 우리가 사는 이 곳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신이 동일하게 축복하는 아프리카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따뜻한 손길과 관심을 선물 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홍보팀 윤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