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뷰티랩 가락점 이지오 원장
동안 미녀의 필수조건은 무엇보다도 이마를 덮는 앞머리가 아닐까? 어려 보이게 하고,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꾸만 자라서 눈을 찌르는 바람에 자주 잘라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가끔 커트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혹은 귀찮아서 혼자 거울을 보고 앞머리를 자르다가 너무 많이 자르는 바람에 드라마 속 바보캐릭터처럼 보이는 대형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용실에서 하기는 어쩐지 돈이 아까운 앞머리 자르기. 앞머리를 잘라주고 받는 요금을 모아 좋은 일에 쓴다는 미용실이 있어 찾아가봤다. 과연 앞머리가 세계긴급구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가위손’ 박준 가락점 이지오 원장
“여대 앞에서 미용사로 근무하던 시절, 미팅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나눔’에 대해서 배웠어요. 미용사로서 할 수 있는 기부는 무엇일지를 고민한 끝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기부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지오 원장은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지오 원장은 미팅에서 만난 여대생을 통해 ‘나눔의 세계’에 우연히 발을 담근 뒤 10년이 지난 지금 헤어나오기는커녕 오히려 10년 전 그 여대생처럼 곳곳에 나눔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예전에는 고아원에 아이들 머리를 잘라주러 다니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도 했어요. 하지만 점점 바빠지니 시간이 없어서 도저히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 모른 척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좋은 일에 쓴다고 하면 흔쾌히 더 큰 지폐를 꺼내서 넣어줍니다. 그럴 때 마다 저한테 돌아오는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감사하고 뿌듯하죠.”
모두 함께 하는 ‘착한’ 앞머리 자르기
일반 미용실의 앞머리 커트 요금은 5.000원 정도지만 박준 뷰티랩 가락점에서는 500원부터 내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낼 수 있다. 이 돈은 미용실 금고가 아닌 모금함으로 직행한다. 앞머리를 커트하는 헤어디자이너도, 요금을 모금함에 넣은 고객도 모두 기부에 동참하는 것이다.
“미용실을 개업할 때마다 꼭 강조하는 원칙이에요. 직원에게도 앞머리 커트 요금만큼은 좋은 일을 하는 데 쓰자고 얘기하고 모금함을 두지요. 하지만 10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반발이 많았어요. 앞머리 커트도 엄연히 노동인 만큼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왜 그 요금을 수익으로 남기지 않고 기부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죠. 하지만 오랫동안 설득한 결과 지금은 직원들 모두 행복하게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지오 원장은 현재 성남에서도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역시 모금함을 두고 있다. 이렇게 성남에서 모은 기부금은 매년 성남시 내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하고 있다.
한 줌의 앞머리와 그 나비효과
“중고등학생들은 500원부터 1,000원까지. 어른들은 보통 1만 원까지도 선뜻 내주세요. 또 좋은 일에 쓴다고 하면 흔쾌히 더 큰 지폐를 꺼내서 넣어줍니다. 그럴 때마다 저한테 돌아오는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감사하고 뿌듯하죠.”
한 줌의 앞머리는 미약하지만 이것을 잘라 모은 기부금이 세계긴급구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2010년 1월에는 아이티 지진피해돕기를 위해 209만원을 기부했고, 2011년 2월에는 서아프리카 식량긴급구호를 위해 167만원을 전달했다.
“올해에는 아직 모금함을 전달하지 못했어요. 연말까지 더 열심히 모아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월드비전에서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잘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머리를 커트하고 낸 적은 돈이 지진으로 또 가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식량이 되고, 따뜻한 피난처를 제공해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비효과’가 있을까?
[월드비전지 2012년 11+12월호 수록]
글 . 홍보팀 김수희
사진. 재능나눔 원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