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ne 24. 기아체험 정기회원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지금 나의 환경보다 더 좋고 나은 평소 동경했던 모습의 삶이 아닐까. 하지만 누리고 있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한 이들이 있다. 365일. 기꺼이 마음의 불편함 대신 생활의 불편함을 선택한 용감한 사람들. 그들은 왜 기아체험 정기회원이 되었을까.
Q. 무인도에서 탈출(?)하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요.
한솔 2박 3일간 무인도 기아체험을 다녀왔는데, 3일간 머리를 안 감아도 살 수 있더라고요.
이슬 비도 왔죠. 습도도 높았죠. 질퍽한 땅을 걸으며 처음엔 이게 뭐야 했는데. 나중엔 흙이 좀 묻으면 어때, 털어내면 되지. 젖으면 곧 마르겠지. 온전히 나를 내려놓은 시간이었죠. (웃음)
Q. 365일 내내 기아체험 정기회원이 된 이유
한별 대부분 기아체험이라면 굶는 것만 생각하잖아요. 우리도 밥만 먹고 자라는 건 아니듯 그건 극히 일부인 건데, 나에게 당연한 것들을 포기하면서 진짜 기아체험을 해보자. 저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고요.
김지은 반대로 전 기아체험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아이들과 해외사업에 대한 관심은 많아서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대부분 행사가 서울에서 많이 있고 전 집이 대구거든요.
이번에도 우연히 알게 되어 망설이고 있는데 교수님이 그러시는 거에요. 학생일 때는 돈이나 환경에서 제약이 많지만, 너희가 그걸 뛰어넘어서 많은 경험을 하면 좋겠다.
그래서 기회비용이라는 말이 있다고, 돈이 아닌 귀한 경험이 인생의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시작했어요.
이슬 두 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늘 편지로 아이의 생활을 접하잖아요. 만약 아이를 만나러 간다면 상황이 힘든 건 알지만 어떻게 몸으로 느낄 수 있겠어요. 진짜 공감이라는 게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처해보아야 느낄 수 있는 거니까, 그 느낌 생활이 어떤지 정기회원이 되면 그 삶을 체험해볼 수 있겠다.
물을 쓸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조심하게 되죠. 작은 부분에서 변화, 마음의 나비효과가 되는 것 같아요.
한솔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 달에 1만 원이면 큰 부담이 없이 괜찮잖아요. 후원금으로 아이들 학교도 짓고, 저는 또 그 아이의 삶을 살아보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친구들도 정말 많아요.
김지은 맞아. 중, 고등학생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직접 주어진 과제들도 수행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확실히 많은 경험을 하니까 정말 좋죠.
“기아체험이라면 굶는 것만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아이가 굶기도 하지만 처한 환경도 있잖아요.
그 환경 속에 저희가 들어가는 것.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을 포기하며 그 삶 전체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진짜 기아체험이 아닐까 싶어요.”
Q. 기아체험 정기회원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제, 활동이 있다면
한별 지난 5월 서울랜드에서 했던 토요기아체험 불평등 피구게임이 기억나요. 한 팀만 계속 벌칙을 주면서 취지는 불평등을 경험하는 거였는데 함께 하며 불합리한 상황에 직접 놓이게 되니까 진짜 화가 나는 거에요. 직접 그 활동을 이끌어서 더 인상이 깊어요.
한솔 정기회원으로 첫 과제가 “나만의 기아체험 만들기”였어요.
저희 조는 나이트 커뮤터(우간다에서 반군을 피해 밤에 먼 길을 이동하는 아이들을 뜻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희망을 찾아 떠나는 희망커뮤터가 되었어요.
서울 성곽 길을 걸으면서 시민들에게 5세 이하 아이들의 사망률도 알리고, 함께 손바닥을 펴서 5 사진도 찍었어요. 사진 한 장당 100원씩 기부가 되는 거였는데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아껴둔 간식비랑 활동으로 적립된 금액을 모은 10만 원으로 교복을 선물했죠. 기아체험 정기회원 후원금으로 학교를 지으니까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선물을 하고 싶었거든요.
이슬 우리 조는 ‘만원의 행복’처럼 했는데 만원으로 3일을 보내보자는 거였어요. 고등학생은 괜찮을지도 모르는데, 대학생이나 직장인은 꽤 어렵죠. 저는 학원에 다녀서 교통비도 꽤 들었거든요.
집에서 먹는 밥은 한 끼에 5백 원씩 내는 걸로 정하고, 하필 그 기간에 생일이 있었던 언니는 파티도 못 했죠. 안 쓰는 만큼 기부할 수 있는 거니까 아침 겸 점심 먹고 버티고, 걸어 다니고 그렇게 3일이 지나고 조원들끼리 합쳐보니 4만 원이 되었어요.
아프리카에 염소 한 마리 보냈습니다.
김지은 다들 정말 대단하다.
쓰레기 마을 아시죠? 저는 반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영화관에서 팝콘도 못 먹죠.
한 번은 기차를 탈 일이 있는데 도시락을 사야 했거든요. 그런데 일회용 도시락 용기는 쓰레기가 되잖아요. 낙지 볶음밥을 시키고 조심스럽게 반찬 통을 꺼냈어요. 식당에서 “저기, 잠깐만요. 여기 담아주세요.” 했더니 신기해하시더라고요.
뿌듯하게 잘 먹었는데 기념사진을 못 찍었어요.
일동 아~~ 아쉬워. 그래서 포스팅 못 했구나.
이슬 식수 과제도 기억에 많이 나요. 물을 길어 먼 길을 오가는 아이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었어요. 종일 학교, 집, 학원, 친구를 만날 때도 1.5리터 물통을 들고 다녔는데 나중엔 그냥 버리고 오고 싶더라고요. (웃음) 진짜 무거웠어요.
김지은 평소처럼 머리를 감을 때 얼마나 물을 쓰는 지 궁금한 거에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세숫대야에 머리를 감을 때 쓰는 물을 비커로 한 장씩 찍어봤더니 14,500mL가 나왔어요. 친구가 “야, 너 그냥 머리 잘라라.” 버럭 화를 내더라고요. (웃음) 500mL 로 하루 버티기 하면서 물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Q. 나에게 일어난 변화. 앞으로의 바람에 대하여
한솔 평상시에 그냥 했던 행동들에 제약이 생기지만 즐거운 구속이라고 해야 하나. 쓰는 걸 아끼면 후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간식비는 확실히 줄었죠. 예전과 달리 소비의 패턴이 바뀐 것 같아요.
이슬 기아체험을 직접 하면서 제일 아까운 게 음식을 남기는 거에요. 못먹는 아이들도 있는데…. 물도 정말 아까워요. 예전엔 커피를 단숨에 마시면 돈이 아까웠다면 이제는 물이 아깝다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생활 속에서 인지하게 되니까 마음부터 아프죠.
김지은 정기회원을 하면서 꾸준히 과제를 실천해보고, 정기적으로 지구촌의 소식을 받으며 더 많이 알게 돼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우리가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함께 알아가면 좋겠어요.
한별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되고, 저희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기회를 얻는 거잖아요. 조금 더 어렸을 때 시작하면 좋았을 걸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하루라도 빨리 많은 분이 신청하면 좋겠어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월드비전지 2013년 9+10월호 수록]
글. 온라인마케팅팀 이지혜
사진. 재능나눔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