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월드비전 여성보건지원사업
2월 6일은 UN이 정한 ‘여성할례철폐의 날’이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행해지는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란 0~13세 사이 여성의 외부생식기를 소변과 월경이 빠져 나올 수 있는 성냥머리 크기만 한 구멍만 남긴 채 절단한 뒤 순결을 위해 실로 봉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마취 없이 진행되기에 신체를 훼손하고 몸과 정신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시술에 사용되는 칼과 바늘 역시 비위생적이어서 시술 후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많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전 세계 1,2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로 고통 받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3,00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할례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전체 여성의 98%가 FGM을 경험하는 소말리아. 월드비전은 소말리아에서 이 끔찍한 전통적 관행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돕고, 나아가 더는 FGM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소말리아 토그히어 지역에 사는 열일곱 살 호단은 열세 살에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소말리아 여성 대부분이 그렇듯 집에서 마을 산파가 분만을 도왔다. 산통은 비정상적으로 길어졌고 이틀 만에 어렵게 아들을 출산했지만 몸에 이상이 생겼다. 질에서 소변이 새기 시작한 것. 그 때부터 호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소변 때문에 아들과 함께 잠을 잘 수 없었다. 호단의 병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결국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외출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소변을 새지 않게 하려고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안마시고 버티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외롭고, 불행했어요.” 열네 살 호단이 받아들이기에는 무겁고 가혹한 현실이었다.
호단의 병명은 ”방광질누공”. 방광질누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소말리아 여성의 98%가 경험하는 할례(이하 FGM)이다. FGM을 겪은 여성들은 출산 시 아기가 나올 수 있는 입구가 좁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분만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 시설도 열악해 대부분 호단처럼 집에서 비위생적인 상태로 출산하기 때문에 그 위험은 더욱 크다. 소말리아에의 수많은 여성들이 호단처럼 FGM, 조혼, 열악한 분만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여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다. 게다가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할뿐더러 유일하게 누공 수술이 가능한 병원인 보로마 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수단이 없어 치료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많은 소말리아 여성들이 이러한 ”산과적 누공(Obstetric fistula)”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병의 원인을 미신으로만 생각하고 치료도 미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계속해서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보로마 병원의 산과적 누공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인 콰와스의 설명이다.
엄마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엄마
월드비전은 2013년 총 41명의 소말리아 여성들에게 질 누공에 대한 의료 치료를 제공했다. 41명의 여성 모두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새 삶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월드비전은 이 여성들이 가정과 공동체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병을 앓은 여성 대부분이 오랜 세월 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 이러한 가정에 월드비전은 염소를 다섯 마리씩 지원했다. 기르기 쉽고 번식력이 강한 염소는 짧은 시간 내에 소득원이 될 수 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월드비전으로부터 수술과 염소까지 지원받은 라흐마는 “끔찍했던 지난 날은 잊을 거예요. 염소를 잘 키워 마을 장터에 내다 팔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배고프지 않게 음식도 해줘야지요. 그 동안 엄마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이제야 엄마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라며 엄마 미소를 보였다.
우리가 직접 행동해야 합니다
소말리아 여성보건지원사업의 디자인 단계부터 참여한 소말리아월드비전의 님코 에이드 아덴은 이 사업이 고통받는 소말리아 여성들의 삶에 가져온 큰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저 또한 소말리아의 한 여성으로서 이 사업이 제게 주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많은 소말리아의 여성들이 아무런 희망 없이 자신의 병에 대한 치료법도 모른 채 절망 속에 살아갑니다.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은 여성들은 이제 그 절망 속에서 빠져 나와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으로 진정, 변화되고 있는 소말리아 여성들의 삶을 보며 겸허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에는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알 수 없는 고통과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이 여전히 있다. 월드비전은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의 상처를 보듬고,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며 불평등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손길을 더욱 민첩하게 현지에 전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한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월드비전지 2013년 1+2월호 수록]
글. 홍보팀 한성하
사진. 캐서리나 위코스키 소말리아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