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 직원 이야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이 아닌 순간만 보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이들이 있다.
월드비전 사회복지사로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그 길엔 예기치 못한 기쁨들이 있기에, 오늘이 행복하다는 그들의 이야기다.
Q. 현재 월드비전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황정민 동해종합사회복지관의 국내 후원아동은 350명이에요. 저는 그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아이들의 사례를 직접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신성국 저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례 관리가 아이들과 1:1로 만나서 도움을 지원한다면, 제 일은 그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방과 후 공부방 활동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름캠프 참여를 유도하는 일을 하지요.
황정민 서로 팀은 달라도 늘 함께해야 하는 일이에요. 한쪽에서 아이들을 깊게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걸 사업으로 만들고 참여시키면서 체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거죠.
Q. 사회복지사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궁금하네요.
신성국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돕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 또한 소명을 받은 거죠.
올해로 12년 차인데, 처음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자원봉사로 하는 거냐?” “월급은 받을 수 있니?” 하시던 분들도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일을 하면서 마음에 감동이 깊어질수록 정말 이 일이 내게 꼭 맞는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죠.
황정민 대학교 3학년 때 야간학교 자원봉사를 했어요. 흔히 말하는 문제아동, 학교를 안 다니는 아이들, 공부하고 싶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였는데, 그분들과 함께하며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전공도 바꿨어요.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다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니 주변의 반대도 많았죠.
남편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용기를 못 냈을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 늘 고마워하고 있어요
Q.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나 일이 있을 텐데요.
황정민 정말 많은 아이가 기억나요. 잘되어서 마음이 기쁜 아이들도 있고, 해결되지 못해서 계속 마음이 쓰이는 아이들도 있고 아무튼 복합적으로 분산되어서 마음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이 다른 직업보다 사회복지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왠지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선배라고 시험 문제 콕 찍어달라, 읽으면 좋은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신기하고…
또 시집가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친구처럼 소통하면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처음 만나서 도움을 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다들 컸을까.
변화한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정말 세상에서 이만큼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이 있을까 싶어요.
신성국 기존의 멘토링이라고 하면 대학 봉사자, 성인 대상인데 저희는 부모가 아이들의 멘토가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죠. 부모가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서 사례 아동이 된 건데 이게 과연 잘될까. 참여하신 부모님들도 나중에 말씀하시는데 별 기대 안 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근데 부모님들끼리 부모와 자녀 역할극도 하고, 실제로 집에서 적용한 후 서로 의견을 나누곤 했거든요. 꾸준히 하니 1~2년이 지나면서 변하더라고요. 자살까지 생각했던 분이 그 위기를 뛰어넘고,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가 바뀌고,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신 분도 계세요.
이제 이 프로그램은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세요(웃음). 가장 보람이 있죠.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아이가 잠시 방황하는 때도 있어요. 하지만 반드시 변화되는 시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믿음과 인내로 돌보듯 후원자님들도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아이들을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황정민 부모님들은 표현하는 걸 어색해하시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표현해야만 느낄 수 있어요. 사실 평상시에 사랑한다고 쑥스러워서 잘 말하지 못하는데, 실습으로 연습해야만 하니까(웃음).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분도 프로그램을 통해 바뀌시면서, 3년 동안 아이를 한 번도 안 때렸고, 재미있는 아빠, 웃음이 많은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사이도 좋아졌어요. 부모 때문에 가출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경우도 생겼고요.
부모의 변화가 아이의 변화로 연결되거든요.
신성국 처음엔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그때부터 신이 나는 거죠. 또 이걸 통해 느낀 건 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분들 안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죠.
우리는 그저 돕는 역할, 부모님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끌어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사회복지사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월드비전 후원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성국 저는 월드비전 후원자님들을 정말 존경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후원해주시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요. 아동과 후원자님의 중간에 있는 저희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신뢰가 있어야겠죠.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아이가 잠시 방황하는 때도 있어요. 하지만 반드시 변화되는 시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믿음과 인내로 돌보듯 후원자님들도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아이들을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황정민 국내라서 아동에게 직접 선물을 보내주시는 후원자님들이 많이 계세요. 요즘에 전화를 많이 주시기도 하시거든요.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정말 그 가정에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 저희가 알 수 있으니까요.
어떤 가정은 난방비가 필요하고, 또 어떤 가정은 이제 입학하는 아이를 위한 책가방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번거로우시더라도 전화 한번 주시면 아동에게 딱 맞는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후원자님의 마음이 잘 전해지도록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황정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으로 가능해요,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렵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후원자님이든, 사례 아동이든 진심이면 마음이 움직일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진심을 전하는 사회복지인으로 일하고 싶어요.
신성국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복지 일로 적절한 도움을 드릴 뿐 아니라 축복의 통로로서의 역할도 잘 감당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황정민 10년 후에 같이 한 번 더 <월드비전>지 인터뷰할까요?
[월드비전지 2014년 3+4월호 수록]
글. 이지혜 홍보팀
사진. 임다윤 재능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