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물복지관 김소현 양 KBS1 <스카우트> 우승
소현이를 만나러 가기 전, 지난 월드비전 2015년 1+2월 소식지에 실린 소현이의 이야기를 보았다. 한국월드비전 아동 대표로 2013년 11월 탄자니아에서 열린 국제월드비전 총회에 다녀온 소현이의 인터뷰 사진에는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언니”라는 설명이 있었다. 지면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았던 그 모습을 지난 6월 22일 KBS 1TV <스카우트> 방송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Q. <스카우트>에서 최종 우승을 했다. 소감이 어떤지?
꿈에 그리던 취업을 하게 되어 정말 좋아요. 집안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특성화고 3학년인 저에게 취업은 최종 목적지였거든요.
Q.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홀가분하면서도 사실 조금 허전해요. 허무하기도 하고. 오직 취업만이 나와 가족이 살 길이라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이젠 무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셨어요.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하세요. 아빠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 분인지 처음 알았어요. 우승하고 나서 아빠가 저에게 ‘시’까지 써서 문자로 보내주셨다니까요.
Q. 경연 중 쉽지 않은 관문들을 통과하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절실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집은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에,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취업을 꼭 해야 했었죠.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소현이가 부모님도 선생님도 반대했던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유이다. 소현이는 몸이 아픈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가정을 부양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월드비전의 긴급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들이 어려서부터 지속되었지만, 소현이에게 어려운 상황들은 ‘방황의 이유’가 아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였고, 도움의 손길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였다고 한다.’ |
Q. 남들과 달리 ‘철든 아이’여야 했던 시간이 힘들 때도 있었을 텐데?
중학교 때까진 어려운 가정 형편이 신경 쓰여, 엄마가 생선 장사를 하고 계신 길을 피해 다녔어요. 그러다 엄마가 속상해하신단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어요. 친구들은 좁고 불편했을 우리 집을 아늑하다며 좋아해 주었고, 엄마도 고마워하셨어요. 그때부터 가난은 부끄러운 것도, 숨길 일도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담당 복지사의 말) “복지관에서 일하다 보면 어려운 환경 속의 아이들을 많이 만납니다. 월드비전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자라면서 방황하는 아이들도 많죠. 소현이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을 가만 보면, 복지관의 경제적 지원만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했던 아이들이 많아요. 소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 후 교실과 아동권리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작년에는 탄자니아 총회에서 아동권리전시까지 열고 왔잖아요.” (대구 범물복지관 김태성 과장) |
아동권리위원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보는 시각이 또래 친구들과는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정말로 좋은 세상이잖아요? 또 여러 지역의 아이들과 토론하고 함께 캠페인도 준비하다 보니 사회성도 좋아지고, 나의 의사를 분명히 알고 표현하는 법도 배웠어요.
취업은 ‘목표’지 ‘꿈’은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이 ‘꿈’이라고 하면 ‘직업’이란 명사를 말해요. 하지만 전 꿈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사는가’에 대한 것으로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 또는 해야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꿈도 생기고, 준비해온 노력이 그물처럼 엮여 꿈을 이룰 힘이 되지 않을까요?
탄자니아에 다녀온 후, ‘감사함’이라는 것을 가장 많이 느꼈어요. 가난한 나라,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외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제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졌죠. 저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월드비전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 사랑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이 고마움을 어떤 방법으로든 나누며 사는 삶이 제 꿈이고 목표에요.
Q. 소현이에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아직은 좀 불공평한 세상 같아요. 빈부격차가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억울할 일도 있는. 엄마가 노점 하던 자리에서 쫓겨나는 일도 여러 번 봤었죠. 하지만 저에겐 감사한 세상이기도 해요.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과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 주변에 있는 많은 어려운 친구들이 부끄러움 없이 골고루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년 1월, 소현이는 새로운 곳에서 사회인으로서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좀 놀고 싶다며 부모님이 친구들과의 바다 여행을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모습은 아직, 영락없는 열아홉 소녀였다.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온 길.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난 시간을 가슴에 머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즐겁게 뚜벅뚜벅 걸어나가기를. 그 순수하고 똘망똘망한 눈을 마주하며 바라본다.
글/사진. 이미령 디지털마케팅팀
자료사진제공. 월드비전 범물 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