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크롱 사업장에서 생각한 교육
베트남 중부 다낭시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다크롱 지역은 2015년부터 한국 월드비전이 새로 자립마을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산골 마을이자 소수민족 반키유(Van Kieu)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는 다크롱은 사회 기반시설이나 교육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가난해도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워 가는 바낭 중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침대 난간 위에서 키우는 꿈
바낭 중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딥은 8형제 중 다섯째로, 여동생 켐(12세, 6학년) 과 함께 바낭 중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거나 낮잠을 청하고 있을 때 딥은 아슬아슬한 침대 난간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침대 난간에 앉아서 공부하는 게 괜찮느냐는 질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수업 후에는 이렇게 밖에 공부할 방법이 없거든요.”라고 체념한 듯 답했다.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는 딥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이란다. 그런 그의 바램은 기숙사가 좀 더 편하고 안전한 곳이 되는 것. “수업 후 학생들이 숙제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딥에게는 한 살 많은 형이 하나 있다. 작년까지 함께 바낭 중학교에 다녔지만 올해부터 형은 학교를 중퇴하고 밭일을 하며 부모님을 돕고 있다. “형은 9학년까지 다녔지만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했어요. 공부에 흥미를 못 갖다 보니 중퇴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요.” 형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하는 딥.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나중에 혼인신고서에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쓸까 봐 걱정된단다.
하지만 딥은 공부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며 계속 공부를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그의 속마음을 듣고 나니 침대 난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딥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 “환경이 좀 더 좋아지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순 없다’는 말이 이토록 공감된 적이 없었다.
위험해도 불편해도 공부를 위해서라면
한편 바낭 중학교 기숙사에는 따로 부엌이나 식당도 없어 학생들은 기숙사 한 켠에 전기밥솥을 두고 대충 한 끼를 해결하곤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양가 있는 식 재료를 구할 형편이 안되거나 요리에 서툴러 한창 성장할 시기에 흰쌀에 야생초, 인스턴트 라면을 섞은 죽을 쑤어 먹는다. 또, 기숙사에 지내는 학생은 140명이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침대는 25개뿐. 한 침대에 2-3명씩 자도 공간이 모자라 남학생 중 30명과 여학생 중 25명은 교실 책상을 붙여서 잠을 청한다. 화장실 또한 문제다. 냇가와 연결된 펌프가 있지만 고장이 자주 나서 냇가에서 씻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여름엔 정전이 자주 되어 해가 지면 촛불에 의지하여 공부하기도 한다.
100년 그 이상의 번영을 꿈꾼다면
무거운 마음으로 바낭 중학교를 나서는 길에 학교 건물에 적힌 글귀가 눈에 띄었다. 바로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의 명언이었다. ‘For the benefit of 10 years, grow a tree. For the benefit of 100 years, educate children. (10년 간 이득을 얻으려면 나무를 심어라. 하지만 100년의 번영을 위해선 어린이들을 교육하라)’
바낭 중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앞으로의 베트남을 더욱 빛나게 할 보석과도 같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다면 모든 힘과 지지를 그러모아 그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베트남의 100년, 그 이상의 번영을 가져올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의 응원과 관심을 모아보는 것이 어떨까?
글/사진. 김은하 지역개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