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홍보대사에겐 더 아픈 아이들, 소년병
유지태 홍보대사의 세 번째 아프리카 방문. 르완다, 우간다에 이어 향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앞의 두 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콩고내전으로 약 4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2천 500만 명이 난민 신세가 되었습니다. 2003년 내전이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전쟁은 정말 끝난 걸까요? 들끓던 격전의 시기는 지났지만 크고 작은 분쟁은 여전하고 전쟁의 파편은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오래도록 사람들을 찌르고 아프게 합니다. 그 안에서도 유독 아픈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바로 소년병입니다.
유지태 홍보대사에게 소년병 피해아동들은 아주 특별합니다. 월드비전과 처음 인연을 맺고 나눔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소년병 아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르완다, 우간다를 방문했을 때도 빼놓지 않고 소년병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전쟁의 가장 나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16살 루네노를 만났습니다.
“소년병이 된 그때 저는 일곱 살이었어요.”
일곱 살. 누가 적군이고 아군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나이에 루네노는 소년병이 되었습니다. 반군은 겁 많고 순진한 아이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했습니다. 전쟁의 최전선에 내몰려 이유 모르는 총부리를 겨누고 총알을 맞아야 했던 아이들. 곁에서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루네노가 꿈꾸던 세상에는 없어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전쟁은 너무 일찍 루네노의 마음과 영혼을 관통해버렸고 몸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전쟁의 혼돈과 두려움 속에서 루네노는 오른쪽 다리에 총알을 맞아 뼈가 으스러졌고 그때부터 똑바로 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7살 때였어요. 반군이 마을로 쳐들어와서 끌고 갔고 전투 중에 발목에 총을 맞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아직도 제가 끌려갔던 곳에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파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곳에 있을까요?” 어째서 전쟁이 지난 후에도 아이들의 상처는 여전한 걸까요? 아니, 전쟁은 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루네노는 전쟁을 기억하는 아픈 다리로 다른 아이들보다 2-3배 오랜 시간을 걸어 전쟁피해아동 학교에 갑니다. 소년병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루네노. 그 생각이 대견해서 아픈 다리가 더 안타깝습니다. 루네노에게 전쟁이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전쟁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다만 다리를 고칠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겠어요.” 루네노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을 마주 봅니다. 루네노의 바람과 희망은 유지태 홍보대사의 바람과 희망이 됩니다.
전 세계 소년병의 10%, 아프리카 소년병의 25%가 바로 콩고민주공화국에 있습니다. 이 중 약 15%가 소녀들입니다. 나탈리는 그 때의 일을 천천히 들려주었습니다. “매일 반군은 우리를 때리고 학대했어요. 단 한 번의 실수나 반항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겨우 9살 이었는데…” 먹을 것을 사주겠다는 말에 속아 반군에 끌려간 나탈리. “족쇠를 차고 모든 일을 감시당했어요. 함께 지내던 언니들이 몹쓸 짓을 당할 때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순간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제게 용기를 준 친구가 있었어요.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용기를 줬어요.” 친구의 말처럼 희망은 마지막까지 남아 나탈리가 그토록 바라던 자유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함께 도망치던 중 친구는 먼저 하늘로 떠났습니다. “하늘에 있는 친구 몫까지 열심히 살 거예요. 그리고 기자가 될 거예요. 콩고 전쟁이 꼭 끝날 거라는 제 믿음을 글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잔혹한 상처 위에 심을 새로운 평화의 기억
바닥을 모르고 나락에 빠져들던 절망과 자유를 되찾던 날의 희망을 나탈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는 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잡아준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살아남은 나탈리는 자신이 기억하는 전쟁의 모든 현실을 전 세계에 꼭 알리고 싶습니다. 이곳에 전쟁이 있었고,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의 시선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탈리의 친구가 죽기 전으로, 루네노가 다리가 다치기 전으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남은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줘야 합니다. 나탈리의 친구가 그랬듯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전쟁을 살아낸 지치고 고단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배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도움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