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지키는 아이들,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 아동의회
1년 전 딩쿠의 이야기
14살 딩쿠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딩쿠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롭고 괴로웠다. 딩쿠는 공부도 잘 하는 우등생이었다. 반 친구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가장 먼저 딩쿠를 찾았다. 그랬던 딩쿠가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다. 사실 딩쿠는 얼마 전부터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읽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게 무서웠다. 눈 앞 세상이 안보이기 시작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소년가장 딩쿠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고, 혼자서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대로 세상에서 잊혀질 수도 있었던 딩쿠. 다행이고 기쁜 사실은 딩쿠가 다름 아닌 또래 학생들에 의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디젤루나 티조 아이들을 지키는 아이들
에티오피아 디젤루나 티조 지역에는 아동이 주체가 되어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아동 의회(child parliament)’ 가 활약 중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동 의회’는 어른들의 의회와 마찬가지로 주민(아동)의 의견을 듣고 아동권리를 위협하는 문제와 같은 지역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다. 다시 말해 어린이들이 교육, 문화, 사회,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의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아동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아동의회가 직접 디젤루나 티조 지방자치 의회에 문제를 제기하여 다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다.
아동의회 행동개시
사구레 초등학교 아동의회 회장인 고사(9학년)는 딩쿠가 어느 날부터인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딩쿠가 중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동의회 긴급모임이 소집되었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질문도 많았던 친구였는데 학교를 나올 수 없다는 게 너무 마음 아팠어요. 보호자가 없더라도, 장애가 있더라도 모든 아동들은 교육 받을 권리가 있죠. 우리 아동의회 친구들도 같은 생각에서 딩쿠를 돕기 시작한 거예요.” 아동의회 아이들은 가장 시급한 딩쿠의 안과 진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각자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모아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부 형태로 모금활동을 한 것. 결과적으로 2,226 비르(약 10만원)가 모여 딩쿠의 시력 교정 치료비뿐 아니라 보호안경, 시내 병원까지의 교통비를 지원했다.
친구들은 나의 보호자이자 가족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친구들 역시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을 어른들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친구들은 제가 느낀 막막함과 좌절을 자기 일처럼 생각했어요. 저의 가족이자 보호자가 되어주었죠.”
“제 꿈은 이렇게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된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거예요. 그 동안 저는 도움을 받는 쪽이었지만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동의회는 이렇듯 여러 환경들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해야 했던 아동, 지체 장애로 인해 통학이 어려운 아동을 위해서도 아동의회는 행동했고 그들 모두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 꿈은 이렇게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된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거예요. 그 동안 저는 도움을 받는 쪽이었지만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동의회는 이렇듯 여러 환경들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해야 했던 아동, 지체 장애로 인해 통학이 어려운 아동을 위해서도 아동의회는 행동했고 그들 모두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디젤루나 티조 변화의 주역인 아동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 결코 말처럼 쉽지 않고 아동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동권리에 대한 바른 교육, 지역 주민들의 인식 변화, 지방 정부 및 자치 단체의 협력 및 정책지원 모두 필요하다. 아동의회 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애들이 뭘 알아?’, ‘애들이 무슨 권리가 있어.’ 라는 등 지역 어른들은 아동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지 않았고 아동들 사이에서도 ‘우리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비전이 꾸준히 아동권리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이어간 결과 소규모로 시작한 아동의회 활동은 작은 성취들을 이뤄냈고 딩쿠의 일을 계기로 아동의회는 지역 사회에서 신뢰를 얻게 되었다.
아동은 지역 사회 발전에 따라 자연스레 수혜를 받는 대상이 아니다. 아동은 미래 디젤루나 티조의 주인일 뿐 아니라 바로 지금, 지역사회의 주인이기도 하다. 아동은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의 중심이자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