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00명을 살리는 특별하지 않은 비밀
가나에서 손 씻기 대회가 열렸다. 700여 명의 아이들이 운동장 가득 모였다. 차례대로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비누거품을 내고 손가락 사이사이 꼼꼼하게 비벼 닦는다. 수백 명이 동시에 손을 씻고 우승을 가려내는 진풍경. 무슨 손 씻기로 대회씩이나 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마치 가위바위보 대회처럼 피식 웃음 나는 대회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가나의 아이들에게 손 씻기는 그저 웃고 넘길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누군가에겐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손 씻기. 이날 손 씻기 대회에 참여한 700 여 명의 아이들도 앞으로 수많은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게 된 것이다.
아직 손 씻기가 왜 중요한 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면 이건 어떨까? 에티오피아에서 사망한 아동의 14%는 설사 때문에 숨을 거두었다. 보츠와나 5세 미만 아동 사망 원인 2위도 설사다. 매일 2 천명의 아동이, 한 해 100만 명이 설사로 생명을 잃는다. 설사로 죽는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손 씻기로 이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는 건 더욱 놀랍지 않은가?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생아를 둔 산모가 비누로 손을 제대로 씻는다면 신생아 사망률을 44%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 이제 가나에서 열린 손 씻기 대회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나? 이렇게 중요한 손 씻기를 위해 대회까지 여는 이유는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물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그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드비전은 위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손 씻기 교육을 진행한다.
캄보디아에 사는 4살 소년 당린은 월드비전을 통해 깨끗하게 손 씻는 법을 배웠다. “이전에는 아이가 자주 설사나 복통에 시달렸어요. 약값으로 얼마를 썼는지 몰라요. 하지만 월드비전 통합위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로는 달라졌어요.” 당린의 엄마 소포 씨가 말했다. 월드비전의 위생교육이 있기 전 마을 주민들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더러운 손이 아이들의 건강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깨끗해진 마을 환경, 말끔해진 아이들 모습에 어른들도 뿌듯해 하고 있다. “이젠 마을 사람 모두가 마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신경 쓰고 있으니까요.” 당린의 엄마가 덧 붙였다.
파푸아뉴기니의 월드비전 미취학아동센터(ECCD:Early Childhood Care for Development centre)에서도 손 씻기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저는 이제 밥 먹기 전 후에 비누로 손을 씻어요. 친구들과 놀고 난 후에도 씻어요. 다섯 살 조엘이 어떻게 손을 씻는지 보여준 후 말했다. 다섯 살 라비나도 말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꼭 비누로 손을 씻어요. 손을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배가 아파요.”
손 씻기는 재난현장에서 더욱 중요하다. 2011년 아이티 대지진 직후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악의 질병재난 콜레라. 아이티 보건부에 따르면 콜레라로 52만 5천 명이 감염되었고 약 7천 명이 사망했다. 2012년 4월 조사에 따르면 대지진 이후 임시거처에 살고 있는 피해주민 50만 명 중 비누를 사용하는 인구는 겨우 1%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임시거처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게 바로 콜레라였어요. 콜레라는 아이들을 단 몇 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요. 콜레라 확산을 막는 건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위생관리부터 시작되죠. 저는 아직도 당시 위생관리 메니저 였던 테오가 임시 거주촌 내 <손을 씻으세요.>라는 표지판에 대해 무척 화를 냈던 게 기억나요. 그는 <비누로 손을 씻으세요.>라고 표지판을 고쳐야 한다고 매번 강조했어요.” 아이티 대지진 긴급구호 활동에 참여했던 제임스 아디스가 말했다.
이처럼 수인성질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손 씻기는 아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재난지역 내 위생사업은 월드비전 전체 위생사업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주민들에게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합니다. 이건 질병확산을 막기 위한 사망자들의 올바른 시신 처리나 쓰레기 관리만큼이나 중요해요.” 2013년 필리핀 태풍피해지역의 보건위생 담당자 로니 산토스가 말했다. “손 씻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건 지 배운 건 제 인생에서 처음이에요.” 필리핀에서 만난 39살 디나 씨의 말에서 우리는 손 씻기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60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설사관련 질병으로 숨을 거둔다. 아프리카 대륙 최대 유아 사망 원인이라는 설사. 올바른 손 씻기만으로 이 아이들을 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10번 손을 씻는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의 아이들은 씻을 물을 찾지 못해서, 혹은 손 씻기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어서 더러운 손을 씻지 못한다. 올 여름 당신이 휴가를 떠난 그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손을 유심히 보는 건 어떨까? 깨끗한 손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