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교육 사업 현장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레던 때가 있었다. 새 가방에 넣을 공책에 꾹꾹 눌러 이름을 쓰고 정성스럽게 깎은 새 연필을 필통에 담고, 하얀 실내화를 신고 누비게 될 교실과 복도를 상상하는 밤. 그 맘 때면 수시로 듣는 질문이 있었다.“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수시로 묻는다.“커서 뭐가 되고 싶니?”대한민국의 아이들처럼 세계 모든 아이들이 꿈을 꾼다. 꿈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지켜줘야 할 기본 권리가 바로“교육받을 권리”이다.
슬프게도“교육받을 권리”가 모두의 권리는 아니다. 나이가 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5,7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분쟁지역에 사는 아동이 3,900만 명, 여자아이가 3,100만 명이다. 놀라울 것도 없이 전 세계 성인 문맹 7억9,600만 명 중 2/3는 여성이다. 이는 전 세계 가장 가난한 10억 명 인구의 70%에 해당한다.
인도의 거리 아이들, 다시 교실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인도의 파트나. 파트나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거리의 아이들이다. 25,000명의 아이들이 파트나 거리 위에서 삶을 이어간다. 남자아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고 95%의 여자 아이들이 12살이 되기 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 월드비전이 5살 안킷을 만난 것도 거리에서였다. 아버지는 과일장사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배움의 중요성을 말하기엔 형편이 따라주질 않았다. 2년 전 안킷은 그렇게 월드비전 직원의 손을 잡고 처음 월드비전 공부방(World Vision Drop-in centre)에 왔다. 월드비전 공부방은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아이들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을 통해 아이들이 정식 학교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돕고 있었다.
이곳에서 안킷은 연필 잡는 법부터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방엔 안킷과 비슷한 아이들이 많다. 로히트는 월드비전 공부방에 오지 않았다면 할아버지처럼, 아빠차럼 거리에서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다. 9살 나이나 역시 공부방에서 꿈을 찾게 되었다.“월드비전 공부방이 우리 마을에 없었다면 저에겐 공부할 기회가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전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될 거예요.”
척추 후만증을 앓고 있는 15살 둘라리에게 월드비전 공부방은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었다. 장애 때문에 학교에서조차 거부당한 둘라리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월드비전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이 장애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도록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둘라리는 이곳에서 조금씩 마음을 회복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지난 2년 간 파트나의 월드비전 공부방을 통해 278명의 아이들이 정식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배우는 기쁨, 스스로 변화되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티, 무너지지 않는 꿈
몬트포트 학교는 아이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농아인 학교로 2010년 1월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아이티 농아인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준 소중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도 대지진의 강력함을 벗어 날 수 없었다. 58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던 각종 문서, 학교 건물 및 기자재 등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평생을 아이티 농아 어린이를 위해 살아온 몬트포트 학교의 로즈 수녀님은 이렇게 말했다.“지진이 일어나고 애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지진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집어 삼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희들의 꿈과 희망만큼은 무너뜨리지 못할 거야. 라고 말이죠.”그리고 2010년 로즈 수녀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월드비전은 몬트포트 학교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장애는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더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대지진 이후 학교재건은 쉽지 않았다. 건축자재, 장비 조달부터 정부 승인을 얻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기나긴 과정 속에서 정부, 학교관계자, 학부모, 지역사회와 결속을 다지고 끈질기게 사업을 이어가는 것도 사업의 중요한 부분 이었다. 그리고 2012년 6월 드디어 우리는 몬트포트 학교를 다시 열수 있었다. 학교를 다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행사가 열리던 날. 정부관계자, 아이티 방송국, 월드비전, 지역주민 등 모두 모였다. 아이티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장애인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감동을 함께 나누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빼앗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혹은 아주 단순하다. 빈곤은 가장 흔한 이유가 된다. 전쟁과 장애나 노동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월드비전은 연간 사업비중 20%를 교육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했다.“교육은 그대의 머리 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 준다.”모든 아이들의 머릿속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 월드비전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