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도주의의 날을 기념하여
2003년 8월 19일, 바그다드에 있는 UN본부 건물에 폭탄이 떨어져 안타깝게도 22명의 인도적 지원 활동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렇게 죽음의 위험을 무릎 쓰고 재난, 분쟁 지역 등에서 세상의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한 일을 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된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또 현재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도주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UN은 8월 19일을 ‘세계 인도주의의날’로 선포하고 기념해 오고 있다.
필자는 지난 8년 간 월드비전의 직원으로서 아이티 대지진 피해지역과 같은 재해 긴급구호 지역부터 남수단과 같은 분쟁 국가를 이리 저리 오고 가며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재난 지역이나 분쟁 국가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아이티에 있을 때에는 콜레라로 어린 자녀를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낸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함께 울기도 했다. 안전 문제 때문에 10일 넘게 집 밖에 나가지 못할 때의 답답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나에서는 씻을 물이 없어 강물로 씻는 것이 일상이었고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아 촛불에 의지하며 살기도 했으며 뜻하지 않던 차량 사고도 있었다. 지난 4월, 네팔 대지진 피해 현장에서는 계속되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땅이 흔들려 제대로 걷기 어렵다는 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곁에서 보면서도 당장 그들의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없음에 인도적 지원 활동가로서 큰 무력감을 맛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외 받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 그 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나’라는 미약한 존재가 쓰였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아이티 난민촌에서 콜레라 치료를 받고 회복하여 밝게 웃던 아이들, 완전히 무너졌던 학교가 재건 되던 날 함께 손뼉 치며 환호하던 아이들,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가 나오던 날 전통 춤을 추며 화답하던 가나의 주민들, 동콩고 난민촌 영양사업으로 그제서야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의 모습까지 모두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월드비전은 작년에만 총 132개의 크고 작은 재난에 대응하여 인도적 위기에 처한 약 1천 70만 명의 지구촌 이웃들과 함께 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지구촌에는 재난과 분쟁으로 위기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네팔, 인도, 미얀마, 중국까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인도적 위기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이하여 위기에 빠진 많은 지구촌 이웃들을 기억하고 또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노력에 박수를 한번 힘껏 쳐주었으면 좋겠다.
동콩고 한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가 떠오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아이. 오늘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이하여 이 아이를 대신하여 위기에 처한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불러본다. “맘보 싸와싸와(상황은 나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