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2017년 5월 23일 현지 시각 10시, 민다나오(Mindanao) 섬 마라위(Marawi) 시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반군 세력과 필리핀 정부 사이에 무장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387명의 사상자와 3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으며, 필리핀 정부는 마라위(Marawi) 시를 포함한 민다나오(Mindanao)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가족의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도시를 떠난 대다수의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친척이나 지인의 집으로 몸을 피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임시 피난처를 찾아온 주민들의 수가 1만 8천 여 명에 이릅니다.
매년 6월은 필리핀에서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비가 내리면 각종 오염 물질들이 강물로 흘러 들어갑니다. 평소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임시 피난처의 열악한 위생시설이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병에 걸리거나, 모기에 물린 후 전염병에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분쟁 사태 이후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은 채 아동폭력, 아동노동, 아동학대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의 대응
월드비전은 필리핀 마라위 분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중간재난대응단계 <카테고리Ⅱ>를 선포했습니다. 동시에 어려움에 처한 주민과 아이를 돕기 위해 구호물자를 나눠주고, 아동의 교육과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등의 긴급구호활동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야 | 사업 내용 |
구호물자 | 국내 실향민 2,000 가정 대상 구호물자(치약, 칫솔, 비누, 속옷, 담요, 모기장 등) 지원 |
교육 | 학교 내 임시교실 12개 설치 및 학습 물품 18,000세트 지원 |
아동보호 | 아동보호센터 설립 후 아동 287명 대상 심리사회적 치료 및 아동보호 지원 |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대부분 정신 없이 집을 도망쳐 나오는 바람에 살림살이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임시 피난처에 머무르고 있는 주민들에게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가재도구, 위생용품, 생활용품을 비롯한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6월은 필리핀 학교에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이에 월드비전은 필리핀 교육부와 협의해 학교에 가지 못 하는 학생이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동보호센터를 통해 아이들이 아픈 기억을 잊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심리사회적 치료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노르야스미 그리고 프린세스 이야기
올해 4살이 된 노르야스미(Noryasmi)가 능숙하게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 아이입니다. 색칠하기 수업은 아동보호센터의 다양한 활동 중 노르야스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노르야스미는 올해 6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기로 했지만, 마라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바람에 가족들과 함께 피난을 오게 되었습니다. 노르야스미의 아버지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을 어렵게 꺼내봅니다.
“5월 26일, 출산이 임박했던 제 아내는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총소리를 피해 어둡고 외진 곳에 숨어서 아기를 낳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탕탕탕!’ 저희가 숨어있던 곳 바로 옆에서 누군가 총을 쏘아댔고, 너무 놀란 아내는 결국 아이를 유산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도망쳐 나와야 했어요.”
“몸도 추스르지 못 한 아내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이들을 데리고 한참을 걸어 겨우 피난처에 도착했지만, 집에서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 해 막막하던 차에, 월드비전이 찾아와 구호 물자를 나눠줬어요. 정말 힘들고 가장 절실할 때 도움을 준 월드비전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임시 피난처에서 지내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지만,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노르야스미와 가족들은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피난 상황이지만, 친구들과 뛰놀며 꺄르르 웃는 노르야스미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납니다.
프린세스(Princess, 6세)는 활발한 아이입니다. 학교에 가는 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처음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땐 혼자 새벽 2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곤 했습니다. 올해도 역시 프린세스는 얼른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결국 그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마라위에서 분쟁이 발생하자 학교는 문을 닫았고, 프린세스는 도시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제 곧 방학이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선생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종일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피난처에서 하루 종일 있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부모님은 프린세스가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정신 없이 집을 빠져 나오느라 프린세스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이며 필기도구들을 챙겨올 생각은 하지 못 했습니다. 때문에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도 못 하고 임시 피난처에 머무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프린세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에 월드비전은 프린세스와 같이 학교에 가지 못 하는 피난 아동들에게 학습물품을 지원하고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비록 임시로 지어진 천막 안에 있는 교실이지만,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린세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처럼 멋진 선생님이 되는 게 제 꿈이에요.”
한국 월드비전의 대응
한국 월드비전은 현장 사무소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피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긴급구호 지원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도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 마라위 피해 상황과 대응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 마라위 분쟁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길 소망하며, 주민과 아이들의 회복과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후원자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 긴급구호 정기후원금은 전 세계 각지의 시급한 재난 지역의 대응 사업에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