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은 한 나라의 삶과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부터 전 세계 시장들은 어떻게 같은 모습,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모이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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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가나 / 우:콩고민주공화국>

​아프리카의 장이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섭니다. 주로 오전에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거든요. 장에 가는 날은 옷도 가장 깔끔하고 멋진 것으로 갈아입습니다. 기분 내는 날, 사람 모이는 날 잘 보이고 싶은 맘은 똑같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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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에티오피아 /우:콩고민주공화국>

​아프리카에서는 보통 시장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도 걸어가지요. 팔아야 할 물건을 이지 지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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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우간다 /우:콜롬비아>

시장 입구부터 신나게 반겨주는 아주머니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_< 콜롬비아 시장엔 적도의 태양을 받고 자란 싱싱한 과일들이 많아요. 색깔만 봐도 눈이 휭휭 돌아가죠? “네가 뭘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누군지 알려주겠다.” 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곳이 바로 시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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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장>

2015년 멕시코 대학의 ‘멕시코 빈곤의 어제와 오늘’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의 빈곤인구는 1977년 1천800만 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해요. 멕시코 전체 인구인 1억 2천만 명 중 5천330만 명가량이 빈곤층, 이 중 1,170만 명은 극빈층이구요. 보고서에서는 그 이유를 지난 30년 간 인구가 늘어났지만 경제성장률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멕시코에서 2000~2011년까지 10만 2568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하니 놀랍지 않으세요?

우리에겐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진 멕시칸 푸드로 익숙한 나라인데,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멕시코에서는 연 평균 8547명, 하루에 23.4명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에요. 식량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인데요.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도 영양실조는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합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병원에서는 집에서 쉽게 영양 보충할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는데요. 거기에 포함되는 두 가지가 바로, 토마토와 멸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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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와 토마토, 계란, 땅콩가루 등 몇 가지만 하루 두 번 꾸준히 먹으면 영양실조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답니다. 우리에겐 다이어트 식품인 토마토가 정 반대의 역할도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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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① ② 우간다 ③필리핀 ④에티오피아>

​우간다에서도 “어두육미”가 통하나 봐요. 더운 나라에서는 생선을 말려서 먹죠. 더위에 상하지 않게 하려면 염장이 기본! 옆에 보이는 건 덜 익은 바나나가 아니라 마토케(matooke)라 불리는 우간다 주식이에요. 주로 껍질을 벗겨 삶아 먹죠. 남미에서는 플라타노라고 불러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껍질을 벗겨 그냥 먹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어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카사바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입니다. 우간다에 마토케가 있었다면 필리핀엔 열대과일이죠! 빗살무늬 토기처럼 깎아놓은 파인애플, 너무 익숙하죠?

저는 아프리카 출장에서 빠지지 않고 가보는 곳이 바로 시장인데요, 어느 시장에서든 이렇게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볼 수 있어요. 진흙을 채취해서 예쁜 토기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면 그저 놀랄 수밖에 없지요. 특히 부룬디, 르완다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트와족은 토기를 빗는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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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시장>​

시장에선 옷 구경 또한 빠질 수 없어요.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second hand shop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옷가게도 마찬가지구요. 질이 좋지 않은 새 옷은 금방 해지기 때문에 더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중고를 선호한다고 해요. 시장에 나오면 설레는 건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똑같죠? 시장에서는 그 나라만의 개성이나 특별한 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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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다 /우:중국>

우간다는 국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는데요. 여기는 우간다에도 가축시장 입니다. 소는 농경국가에선 빠질 수 없는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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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시장에 웬 경찰? 엘살바도르에선 흔한 일이에요. 엘살바도르에선 경찰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어요. 많은 상점들이나 주민들이 사설 경비를 고용하죠. 이에 지불되는 비용도 크지만 그렇다 해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폭력집단이나 높은 살인율 덕분에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랍니다. 조직폭력집단의 위협은 산재해있고, 개개인을 압박합니다.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작은 나라예요. 과거 ‘쿠즈 칼란’, 즉 ‘풍요의 땅’이라 불렸던 엘살바도르는 스페인의 식민지를 거쳐 독립 이후 1970년대 중남미 최대 공업국가였습니다. 하지만 1980-1992년까지 이어진 12년간의 내전으로 크게 흔들린 엘살바도르의 경제는 국민들에게 높은 실업률, 심각한 빈부격차의 고통을 지웁니다. 작은 땅 안에 퍼진 불안은 시장에 경찰을 세울 만큼 깊고 넓습니다.

중남미 지역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가 많습니다. 세계 주요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테말라는 중남미 국가 중 가장 위험한 나라로 분류됩니다. 인구 1,300만의 나라에서 매년 6,000명이 살해당할 정도입니다. 이는 조직폭력의 거점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보다 3배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불안한 중에도 소박한 삶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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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3년 넘게 과테말라 Chiquimula 시장에서 타코와 카사바 튀김을 팔고 있는 글로리아 아주머니. 이 자리에서 시작한 장사로 6남매를 멋지게 키워냈고, 이제는 11명의 손주들까지 책임질 수 있는 맛 집이 되었습니다. 가게를 찾는 누구라도 미소로 반기는 글로리아 아주머니는 말합니다. “제가 작은 일에 충분히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걸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더 많은 걸 저에게 주려고 하죠.”

페루에도 이에 지지 않는 맛 집이 있어요. 주인은 30년 손맛 고수 마르셀리나 아주머니입니다. 푸근한 인상부터 맛있는 음식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주실 것 같죠? 마리셀리나 아주머니가 장사를 시작한 건 30년 전 월드비전의 도움을 통해서였어요. 늘 식당을 차리는 꿈이 있었던 마리셀리나 아주머니는 월드비전 소득증대사업을 통해 작은 식당을 열었어요. 처음부터 맛 집은 아니었어요. 장사가 시원치 않아 힘든 시간도 오래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식당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주머니의 자신감도 커지고 사업수완도 늘었죠. 지금은 무려 3개의 식당을 아들, 딸과 함께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었어요. 다섯 명의 자녀와, 다섯 명의 손주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있었죠. 마리셀리나 아주머니에겐 이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어떤 힘든 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하는 거라면 가치 있어요. ” 역시 우리가 힘을 내고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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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말라위 이프게니아 할머니가 남편을 잃고,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 세 명의 자식을 잃고도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서 일을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다섯 명의 사랑하는 손주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주는 믿음과 사랑 때문입니다.​ 이프게니아 할머니의 미소에서 인생의 모든 순간을 지나온 어르신의 깊은 결이 느껴지나요? 어쩜 시장에는 이렇게 많은 아픈 사연들이 있으며, 또 이토록 뭉클한 모성이 많은 걸까요?

눈에도 마음에도 담을 것이 많은 전 세계 시장투어 즐거우셨나요? 앞으로 어느 나라든 여행할 기회가 생길  때 시장의 물건들보다 그 뒤에 선 사람들에게 먼저 시선을 주신다면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글. 김보미 디지털마케팅팀
사진. 글로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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