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등에 진 나무가 무겁지 않니?..”
“…무거워요”

입이 바싹바싹 마른 16세 소녀의 입에서 한숨처럼 나오는 대답이었습니다.

처음 아프리카에 와서 두 눈으로 보았던 어린 여자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여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꽤 무게가 나갈 것 같은 나무를 자신의 등 가득 싣고 저 높은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오전 내내 나무를 하고 오후에 시장에 내다 팔면 0.5 달러를 벌어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토로하듯 뱉은 그 한마디의 대답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묵묵히 그들의 일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 제 마음 속에 담아왔습니다…

제가 본 에티오피아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어쩜 이리도 예쁠까’ 갈색 빛깔 갸름한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눈을 마주치면 수줍어하며 뒤로 주춤 물러서는 에티오피아 아동들을 본다면, 누구나 이곳보다 더 사랑스럽고 순수한 나라는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여인의 고단한 일상

에티오피아 여인의 고단한 일상

테게근 데살레글(Tegegn Desalegn)을 비롯한 짐마 게네 아동결연 담당자들

테게근 데살레근(Tegegn Desalegn)을 비롯한 짐마게네티 아동결연 담당자들

눈을 마주쳤던 모든 아동들의 풍성한 삶을 위하여…

저는 에티오피아 아동들과 한국 후원자 사이에서 다리 놓는 사람, 즉 결연 담당자로서 이 곳 아동들과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직원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더 튼튼한 다리를 놓아 아름다운 소식이 더 많이 오고 갈 수 있도록 말이죠..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7시간 비포장 도로를 달려 에티오피아 짐마게네티 사업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도착한 이 곳은, 아직은 문명의 때가 많이 묻지 않은 지상 낙원의 한 풍경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산양들, 이를 돌보는 양치기 어린 꼬마 소년들, 짐을 실어 나르는 당나귀떼, 흙탕물에서 황소들과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동들…

짐마게네티 사업장 직원들과 결연 업무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짐마게네티 사업장 직원들과 결연 업무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이 천사 같은 아동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짐마게네티 직원들도 예상대로 천사들이었습니다. 9명의 직원들은 짐마게네티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향과 가족, 친척을 떠나 이곳에서 가난한 아동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한명 한명의 직원들의 순수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향과 친척, 가족을 떠나 살지만, 이 곳의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고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해 주신 한국 후원자님들께 감사하고 아동을 가족과 같이 생각해 주시는 한국 후원자님들께 아동의  소식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고 말씀하신 한 community development worker의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아동 결연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테게근 데살레근(Tegegn Desalegn)을 비롯하여 구역을 나눠 아동을 관리하고 있는 Community development workers, 그리고 아동이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Care takers 를 만났습니다. 이 분들은 3개월에 한번씩, 아동을 방문합니다.
아동이 아픈 곳은 없는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아동의 집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후원자님들이 보내는 편지, 선물 등을 직접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아동들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이 분들의 섬김이 아동의 풍성한 삶으로의 시발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달 3만원의 돈이 이 곳에서 일으키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돈의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즉, 주민들 스스로 마을 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보게 되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아동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 분들이 진정 사랑의 불꽃의 접점에 서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이분들이 계시는 한, 에티오피아 아동들은 비록 지금은 “무거워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등에 진 짐이 힘겹게 느껴질지라도 사랑의 불꽃이 전해지고 전해져서, 에티오피아의 모든 아동들이 지고 있는 짐을 모두 태워 버릴 수 있다는 희망이 제 마음 깊이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에티오피아 짐마게네티 사업장 자세히 보기

사업명 짐마게네티 지역사업장
(Jimma Geneti ADP)
사업기간 2007~2021년(총 15년)
사업지역 185650
총 수혜자 수 70,479 명(2008년 기준)

글/사진 후원관리팀 김보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