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직원의 이야기 7
Child Death Report 아동사망 보고서

“우리가 사랑했던 이가 죽을 때, 우리의 일부분도 함께 죽는다”는 말을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고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저는 이 말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가 슬플 때 꼬옥 안아주고,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지역 사회복지사(Community Development Assistant)로서 저의 일입니다. 매일 한 아이라도 더 건강하게,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아이들과 가족들을 만납니다. 3년 가까이 일하면서 저는 세 번의 아동사망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과 상황을 모두 알고 있기에, 아동사망은 업무 중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이가 죽을 때, 우리의 일부분도 함께 죽는다"는 말을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고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저는 이 말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가 슬플 때 꼬옥 안아주고,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지역 사회복지사(Community Development Assistant)로서 저의 일입니다. 매일 한 아이라도 더 건강하게,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아이들과 가족들을 만납니다. 3년 가까이 일하면서 저는 세 번의 아동사망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과 상황을 모두 알고 있기에, 아동사망은 업무 중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입니다.

잠비아 충고사업장,
조이스 힌투바(Joyce Hintuba)의 이야기

고마가 하늘나라에 간 날

제가 일하는 마을 사무소에 고마의 어머니가 뛰어 들어온 건 어제 퇴근 무렵이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엉망인 모습으로 아이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서둘러 월드비전 차량을 타고 아이를 보러 갔습니다. 이미 많이 위급해 보였습니다. 왜 더 빨리 오지 않았냐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어머니를 나무랐습니다.

아직 이곳에는 토속신앙으로 아이를 고치려고 일부러 의료시설에 데려가지 않는 부모도 있고, 잘못된 방식의 전통치료사에게 맡기는 부모도 있습니다.

처음 고마가 아팠을 때는 감기 같아서 그냥 뒀는데, 며칠 째 열이 펄펄 끓으면서도 덜덜 떨며 구토를 했다고 합니다. 아이를 차에 태워 큰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급성 질병인 말라리아 같아 자꾸만 걱정이 되었습니다.

차를 몰며 아이를 지켜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을 떨며 경황이 전혀 없는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고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급히 의사에게 보였지만, 의사는 치료를 하면서도 너무 늦은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내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가 떠나자, 내 몸의 모든 장기가 한 순간에 아래로 쑥 빠져버린 듯 힘이 빠졌습니다. 너무나 맑은 웃음을 짓던, 고마의 조그마한 얼굴과 커다란 눈망울, 새하얀 이를 이제는 더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이를 꼭 안은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아이가 하굣길에 함박웃음을 띠고 제게 뛰어오던, 햇살 좋던 날이 떠오릅니다. 후원자님이 보낸 축구공 선물을 받고 한없이 기뻐하고 감사하며 공을 껴안고 다니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신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죽은 아이라도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고, 이 일은 잘못하신 거라고 취소하라고 억지라도 부려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저는 다만 아이를 껴안고 기도할 뿐입니다.

“신이시여, 고마를 그렇게 사랑하셔서 데려갔다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더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아프지 않고 평온히 쉬게 하소서……”

아이가 나에게 남긴 사명

아동사망 시 월드비전은 유족들과 함께 울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한 관과 장례에 필요한 음식 등을 지원합니다.

이제 장례도 거의 끝났습니다.

저는 쓰린 가슴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마의 어머니 곁에 가 앉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한없이 눈물을 흙바닥에 떨어뜨릴 따름입니다. 나를 보고 어머니가 뭐라 말을 해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말도 없을 겁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산도 넘고 강도 건너고, 위급할 때는 멀리 수도까지 데려가 치료해 오는 일명 “슈퍼맨” 월드비전 직원이지만, 이럴 때 해 줄 수 있는 건 함께 우는 것뿐입니다.

아이가 죽을 때, 아이를 사랑하던 이들의 일부분도 함께 죽었습니다. 세상 모든 아픔들, 농사걱정, 배고픔을 잊게 했던 아이의 미소를 이제 볼 수 없어서, 그 미소를 알던 사람들의 삶의 일부도 함께 죽었습니다.

하지만 월드비전 직원인 저는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슬픔을 안은 채, 빛나는 다른 미소들을 지켜줄 궁리를 해야 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마을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며, 위급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동 부모들에게 또 한 번 상기시켜 주어야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게 고마가 제게 남긴 사명입니다.

토속신앙이 남아있는 이 곳에서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드비전은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여 아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토속신앙이 남아있는 이 곳에서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드비전은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여 아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폭우로 엉망이 된 길이지만,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폭우로 엉망이 된 길이지만,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조이스 힌투바
(Joyce Hintuba)

지역개발학을 공부하며 월드비전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2009년에 충고 케엠바(Keemba) 구역의 직원이 된 그녀는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한다. 현장에서 뛰는 데 많은 도전과 어려움들이 있지만, 오직 소외된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오늘도 충고 사업장의 ‘만능 해결사 이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녀는 아동 사망에 대해 후원자님이 느끼는 슬픔도 이 곳 가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며, 마음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한다.


“Child Death Report” 아동사망보고. 정말 열고 싶지 않은 이메일입니다.
한국월드비전 후원관리팀 김윤화의 이야기

오늘은 마침 비가 내려 온 하늘이 컴컴한데, 생각 없이 출근 후 바로 열어 본 메일함에 “Child Death Report” 라는 세 단어가 제 눈에, 마음에 박힙니다. 하지만 아동의 사망 소식을 먼저 접하고, 후원자님께 알려드리는 게 저의 일 중 하나입니다.

잠비아 충고 사업장 직원 츄시(Alfred Chushi)가 아픈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쓴 메일입니다. 고마 킹슬레이(Goma Kingsley)라는 열두 살 소년이 말라리아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합니다.

부모가 신속히 월드비전에 알리고 의료기관에 맡겼다면 살릴 수 있었을 거라는 소식에 마음이 더 찢어집니다.

고마는 어떤 아이였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왜 말라리아라는 병이 작은 너의 생명을 가져간 걸까.

월드비전 사업장 아동으로서 꼭 필요한 예방접종도 맞았고, 밥 먹을 때 손 씻는 것도 배웠고, 5세 이전의 힘든 고비들도 대견히 넘겼을 너잖니. 꿋꿋이 끝까지 살아 우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어른으로 커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일찍 치료를 받았더라면, 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잘려나가지 않을 텐데.

꼭 쥐고 있었던 무언가가 두 손 사이로 스르륵 빠져 나가버린 느낌입니다. 7시간 차이만큼 먼 나라에서, 한 아이의 죽음이 제 마음에 비를 내립니다.

부디, 이 아이가 삶의 큰 의미였던 이들에게 위로가 임하기를. 다시는 같은 일로 또 다른 아이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후원자님이 고마의 사망소식을 듣고 너무 큰 아픔과 충격에 빠지지 않기를.

아동의 사망 소식에 전화기를 들고 한없이 엉엉 우시는 후원자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후원자님의 슬픔이 짧게 끝날 수 있도록, 저녁 시간 무렵에 후원자님의 연락처로 전화를 겁니다. 신호음을 들으며, 이 소식을 전할 가장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단어들을 골라 봅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오늘은 하늘도 비를 내려 고마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외면하고 침착해 지기 어려운 날씨입니다.

젊은 여성 후원자님이 전화를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월드비전 후원관리팀 김윤화입니다.”

후원자님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에게 보낸 선물에 대한 답장과 사진을 얼마 전에 받았다고 합니다. 고마가 축구공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을 매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저 안부 전화였다고, 고마도 건강히 잘 있다고 말하고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럴 때일수록 제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후원자님은 더 황망하실 테니까요. 짐짓 담담한 척 차분히 고마의 소식을 전합니다.

“후원자님, 정말 안타깝지만……”

안타깝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담을 수 없는 한 아이의 사망 소식입니다.

고마는 어떤 아이였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왜 말라리아라는 병이 작은 너의 생명을 가져간 걸까. 월드비전 사업장 아동으로서 꼭 필요한 예방접종도 맞았고, 밥 먹을 때 손 씻는 것도 배웠고, 5세 이전의 힘든 고비들도 대견히 넘겼을 너잖니. 꿋꿋이 끝까지 살아 우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어른으로 커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일찍 치료를 받았더라면, 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잘려나가지 않을 텐데. 꼭 쥐고 있었던 무언가가 두 손 사이로 스르륵 빠져 나가버린 느낌입니다. 7시간 차이만큼 먼 나라에서, 한 아이의 죽음이 제 마음에 비를 내립니다.  부디, 이 아이가 삶의 큰 의미였던 이들에게 위로가 임하기를. 다시는 같은 일로 또 다른 아이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후원자님이 고마의 사망소식을 듣고 너무 큰 아픔과 충격에 빠지지 않기를. 아동의 사망 소식에 전화기를 들고 한없이 엉엉 우시는 후원자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후원자님의 슬픔이 짧게 끝날 수 있도록, 저녁 시간 무렵에 후원자님의 연락처로 전화를 겁니다. 신호음을 들으며, 이 소식을 전할 가장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단어들을 골라 봅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오늘은 하늘도 비를 내려 고마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외면하고 침착해 지기 어려운 날씨입니다. 젊은 여성 후원자님이 전화를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월드비전 후원관리팀 김윤화입니다." 후원자님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에게 보낸 선물에 대한 답장과 사진을 얼마 전에 받았다고 합니다. 고마가 축구공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을 매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저 안부 전화였다고, 고마도 건강히 잘 있다고 말하고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럴 때일수록 제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후원자님은 더 황망하실 테니까요. 짐짓 담담한 척 차분히 고마의 소식을 전합니다.  "후원자님, 정말 안타깝지만......"  안타깝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담을 수 없는 한 아이의 사망 소식입니다. 


예방 가능한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

5세 미만 아동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설사는 보호자의 위생 관념 부족으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식기, 컵 등을 깨끗이 관리하지 않거나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온 후 깨끗이 손을 씻지 않는 등, 사소한 부주의가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질병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큰 사망원인 중 하나인 말라리아도 소독 처리된 모기장으로 상당수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을 예방하기위해 월드비전 잠비아 충고(Choongo) 사업장은 주민들이 보건위생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합니다. 지역별로 보건소를 운영하고 필요한 의료기기를 지원하며, 아동과 가족들이 깨끗한 물을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식수시설을 설치합니다.

월드비전의 노력으로 사업장 내 5세 미만 아동사망률(2.3/1000명)은 잠비아 전체 5세 미만 아동사망률(66.6/1000명, 2011년 기준, 미 CIA 자료)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예방 가능한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   5세 미만 아동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설사는 보호자의 위생 관념 부족으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식기, 컵 등을 깨끗이 관리하지 않거나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온 후 깨끗이 손을 씻지 않는 등, 사소한 부주의가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질병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큰 사망원인 중 하나인 말라리아도 소독 처리된 모기장으로 상당수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을 예방하기위해 월드비전 잠비아 충고(Choongo) 사업장은 주민들이 보건위생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합니다. 지역별로 보건소를 운영하고 필요한 의료기기를 지원하며, 아동과 가족들이 깨끗한 물을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식수시설을 설치합니다. 월드비전의 노력으로 사업장 내 5세 미만 아동사망률(2.3/1000명)은 잠비아 전체 5세 미만 아동사망률(66.6/1000명, 2011년 기준, 미 CIA 자료)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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