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위헌결정을 규탄하며, 

정부는 성적 착취와 학대로부터 아동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적극 이행하라.


2021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6항에 대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6항은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가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것을 녹화한 영상물에 대해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해 사실이라고 인정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헌재는 또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증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런 조화적인 방법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 내용을 진술해야만 할 상황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가 결의한‘범죄 피해아동 및 목격아동이 관련된 사건에 있어서의 사법지침’에 따르면, “절차관여자들은 아동 피해자의 최상의 이익과 존엄성이 존중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수사와 조사, 기소 과정에서 고초를 당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29조). 법 체계 및 피고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양립될 수 있다면 아동 피해자와 증인이 가해자의 반대신문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제31조).”라고 명시되어 있다.

30년 전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조는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 전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피고인의 반론권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권리보다 우위에 놓을 수 없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제34조). 아동의 신체적, 심리적 회복 및 사회복귀를 촉진시키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39조)고 명시하고 있으며 더욱이 2019년 10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및 학대를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미성년 성폭력 범죄피해자의 신고와 진술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며 피해아동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수차례 피해를 진술해야 하는 2차 피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한국아동단체협의회와 회원단체 등 32개 단체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한다. 아울러 대안 입법 전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침해되지 않으면서 아동의 진술 등을 적법화할 것을 요구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적극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1.18

한국아동단체협의회와 회원단체 32

경상남도아동위원협의회, 공생복지재단,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동방사회복지회, 무궁화복지월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랑의달팽이, 서울YMCA, 세이브더칠드런, 세이프키즈코리아, 아이코리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엔젤스헤이븐,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탁틴내일, 프렌드아시아, 하트하트재단, 한국방정환재단,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장난감도서관협회, 함께걷는아이들, 홀트아동복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