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이 삼킨 로힝야 난민 캠프,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닥다닥 임시로 세운 낡은 천막,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생활을 하는 여기는 로힝야 난민 캠프입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로힝야 난민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습니다. 3월 22일 오후 3시경에 캠프 안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엄청난 화염으로 커졌고, 화재 피해를 입은 지역(8E, 8W, 9, 10 구역)의 70~100%가 전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1만 채에 가까운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져, 4만 명이 넘는 난민, 약 8,000가구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난민들의 생존을 위해 설치했던 캠프 내 식수 시설을 포함한 화장실, 유치원, 보건소, 로컬 시장 등 1,609개의 주요 시설이 모두 불타버렸습니다.
월드비전은 화재 발생 당일 즉각 현장 조사팀을 파견하여 피해 현황을 파악했으며 긴급 대응 활동을 바로 시작했습니다. 큰 화재가 휩쓸고 간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지역은 불이 꺼졌지만, 남아 있는 지면의 열기로 인해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땅이 뜨겁습니다. 살아내기 위해 열악한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이들에게 이번 화재는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지게 합니다.
생존에 꼭 필요한 식수 위생 시설마저 불타버려 이들은 씻을 수도, 마실 물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월드비전은 WFP의 지원으로 조리없이 섭취가능한 식량 일 5만 명분과 식수를 배급하고 있지만 피해 입은 이들의 굶주림과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임시거처의 작은 창문을 통해 불이 난 것을 뒤늦게 확인하였고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임시거처는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들이 저를 안아 캠프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았지만 모든 물건과 제 임시거처 또한 다 불에 타 버렸습니다. 화재가 시작된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쫄쫄 굶다가 월드비전의 식량 패키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음식은 저희에게 정말 소중합니다.”
로힝야 난민 누르씨(65세)
화재가 송두리째 앗아간 난민들의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위해 월드비전은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구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시 거주지 및 주거 환경 개선, 식량 제공 및 생계 지원, 식수위생 시설 재건, 그리고 아동 보호 활동을 앞으로 1년간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화재 피해로 갈 곳 없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아이들이 임시로 대피하여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놀이/심리 치료 활동들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로힝야 난민 캠프가 위치한 방글라데시는 3월과 5월 사이 큰 비와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발생합니다.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없는 난민촌의 상황은 태풍이 올 경우,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워 전염병이 발생할 위험까지 있습니다. 화재로 인해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난민들의 삶이 더욱 취약해지지 않도록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