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가정개발센터의 12년 1

1998년에 개소해 2009년 말에 사업을 종결한 감포 가정개발센터 이야기를 전합니다. 경북 경주시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670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어촌, 바닷바람의 짠 냄새 속에 사람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감포 가정개발센터(이하 FDC:Famaily Development Center)는 1998년 9월에 개소했다.
당시 감포에는 복지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월드비전이라는 이름이 어려워, 주민들은 그냥 직원들을 ‘복지, 복지’ 혹은 ‘복지 선생님’으로 불렀다. 목욕 서비스를 하면 얼마냐고 묻고, 밑반찬을 가져다 주면 도닝 없다고 했다. 복지도 낯설었고, 자존심 강한 바닷 사람들은 공짜로 뭔가를 받는 것도 어색했다.
1998년 초 부터 이렇게 시작한 사업은 12년이 지났다.

지난 12년 동안 월드비전 감포 FDC에서는 어떤 일을 했을까?

(왼쪽)직원의 손을 붙잡으시며 감사를 표시하는 모자/(오른쪽)옛일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

(왼쪽)직원의 손을 붙잡으시며 감사를 표시하는 모자/(오른쪽)옛일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

목욕 서비스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내미랑 내랑 몇 번이나 같이 죽자고 했는지 몰라요. 거의 만날 울었지예.”

81세 노모의 눈가에 손수건이 올라갔다. 61세 늙은 아들의 눈시울도 따라 붉어졌다.

그는 지난 2001년 4월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그 전까지는 포항제철에서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이때 부터 모든것이 무너졌다. 아내와 자식들이 떠났다. 몸은 거동할 수 없었고, 남겨진 이는 늙은 어머니뿐이었다.

정부의 지원으로 치료를 받긴 했지만, 문제는 목욕이었다. 어머니에게 몸을 보이기도 창피했거니와 노모는 아들을 가눌 힘도 없었다.

현수막을 봤어예. 목욕을 시켜준다고. 아들을 업고 사무실까지 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지요.”

결국은 이장님이 모자를 데리고 가정개발센터로 찾아왔다. 노모가 찾아와서 제일 먼저 한 말은 “정말로 목욕을 시켜주느냐”는 것이었다.

늙은 아들은 목욕 서비스를 받으면서 놀랍게 달라졌다. 집에만 있어서 닫혀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씻으면서 외출을 하기 시작했고 외출을 하며 운동을 한 것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에는 방 한구석에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지만 이제는 하루에 4km씩 걷는다.

밑반찬 지원, 이/미용 서비스, 청소/설거지 서비스, 목욕 서비스 중 뭐가 제일 좋으냐고 물었다.

전부 다요. 우리가 선생님들한테 받은 것 중 어느 하나도 며느리, 자식한테 못 받아봤거든요.”

공부방 사업

중학생 영훈이는 집중을 못했다. 무언가를 하라고 시키면 “네”라고 대답만 한 뒤 금세 다른 걸 했고, 교실에서도 5분을 못 앉아 있었다.

월드비전이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월드비전을 못 만났으면 나는 아이를 혼내기만 하고 치료해줄 생각은 못했을 거예요.”

어머니는 영훈이의 심리치료를 해준 월드비전에 감사를 표했다. 가정개발센터 직원은 영훈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영훈이는 집중장애를 겪고 있었다.

치료 지원을 받고, 공부방에서 영어/수학/과학/사회 등을 공부했다. 성적이 좋아지자 영훈이는 공부에 흥미를 붙였다. 집에 가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34등 하던 성적이 13등으로 올라갔다.

영훈이는 “예전에는 공부하기 싫었는데 장래를 생각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새 철도 들었다.

어머니는 “월드비전이 정말 좋다”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내 아이들처럼 봐주세요. 때로는 엄격하게 꾸짖고, 때로는 다독거려주며 격려해줄 때 정말 친가족처럼 느껴져요.”

(1)만들기 시간에 만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웃는 학생 (2)FDC에서 급식을 받고 있는 아동 (3)방과후 공부방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

(1)만들기 시간에 만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웃는 학생 (2)FDC에서 급식을 받고 있는 아동 (3)방과후 공부방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

감포 FDC 월드비전 직원들, 감포지역 자원봉사자들

감포 FDC 월드비전 직원들, 감포지역 자원봉사자들

1998년 초부터 이렇게 시작한 사업은 12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월드비전은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사업 정신에 맞게끔 사업을 주민들에게 이양하고 떠났다.

감포 FDC는 무수한 일을 했다. 교육비 지원과 공부방 운영, 김장 서비스, 생활비 지원, 난방비 지원,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문화 공연 관람과 캠프 지원, 생일/명절 대접 등 지역의 작은 가정개발센터가 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12년의 역사 속에는 애특한 사연이 많이 녹아 있다.

- 감포 가정개발센터의 12년 2에서는 등록가정 지원 서비스, 감포 지역 봉사단 ‘해송’을 소개합니다.

글. 월드비전 대회협력팀 최민석
사진. 사진작가 유별남, 감포 FD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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