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밖으로 너무도 당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소장(小腸).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이제 겨우 여덟 살인 현수(가명)의 윗도리를 들춰 보면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붉고 뭉툭한 살점 같은 것이 투명한 파우치 속에 담겨 있다.

현수는 주로 소장의 끝부분에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씨’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관절, 피부 등 몸 곳곳에 염증이 계속 생기고 탈수나 고열 등을 동반한다.

뚜렷한 이유나 치료법도 없다.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 입원하고, 염증이 생긴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은 것은 물론 장이 바깥으로 나와 있으니 음식을 먹어도 영양분 흡수가 충분히 되지 않는다.

현수는 태어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지낸 날보다 병원에 누워 있었던 날이 더 많다. 체중이 늘지 않아 불과 며칠 전까지 특수조제분유를 젖병에 타서 간식처럼 먹었다.

“크론씨 환자 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경우라고 해요. 서울로 병원을 다니는데 현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누구한테 써 본 적 없는 약이 우리 애 몸속으로 들어갈 때, 엄마인 제 마음이 어떻겠어요.”

현수는 낯설고 두려운 크론씨 병을 앓고 있다

현수는 낯설고 두려운 크론씨 병을 앓고 있다

현수를 바라보는 엄마 은영주(가명, 38세) 씨는 늘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어떻게 현수의 몸 상태가 악화될지 몰라 항시 병원 갈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더 불행한 일은 현수 보다 두 살 위인 승수(가명, 10세) 역시 같은 병을 신생아 때부터 앓아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승수가 병원에 입원한 날이 더 많을 정도로 같은 병과 씨름하며 성장했다.

조금씩 나아지길 바랄 뿐

현수는 대장을 거의 절제한 상태다. 2004년 처음으로 대장 절제수술을 할 때는 밖으로 꺼내놨다가 다시 넣으면 된다는 의사 말만 믿었다. 그러나 다시 몸 안으로 넣으면 장이 썩고 패혈증까지 발병돼, 이후 소장과 대장을 번갈아 가며 넣고 빼기를 반복해 왔다.

“현수는 인공항문을 허리에 부착하고 생활하는데 대변을 볼 때마다 산모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해요. 대소변의 독한 균이 맨살에 닿으면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요.”

벌이를 해보려고 최 씨가 키우는 염소와 닭

벌이를 해보려고 최 씨가 키우는 염소와 닭

수질검사를 하고 가족 모두 피검사를 받기도 했지만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완치 된다는 보장이 없어 은 씨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승수와 현수, 그리고 큰 딸 주영(가명, 13세)이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승수의 분유 값만 해도 한 달에 10만 원 가까이다. 또 승수와 현수가 수시로 병원에 입.퇴원하기 때문에 부부가 같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남편 최 씨도 다니던 직장을 여러 군데 옮기면서 직장생활과 아이들 돌보는 일을 병행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다.

“현수야, 아픈 거 잘 참아주고 있어서 고마워. 우리 아들 사랑한다.”

애써 웃는 은 씨의 얼굴에는 긴 시간 아들의 고통을 함께 해 온 엄마의 단단함이 배어있다.

[야후! 나누리] 서춘희 기자
salpan8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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