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네 가족의 특별한 제주도 여행기

성민이 가족에게 꿈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한국 월드비전이 마련한 ‘어린이 소원 들어주기’ 공모전에 성민이의 꿈이 뽑힌 것이지요.

성민이네 가족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동안 꿈에 그리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성민이네 가족의 ‘생애 첫 가족여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금부터 이 가족의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여행’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성민이의 소원은 ‘가족여행’

올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성민 군(서울 거원초등 1년)에겐 꼭 이루고픈 어린이날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는 것.

평소에 친구들이 제주도 여행을 가봤다며 자랑할 때마다 여간 속상한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성민이네 가족은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지금껏 단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습니다. 사실 남매에겐 장애가 있어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성민이는 언어장애 4급으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고 말을 할 때 알맞은 조사나 단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여섯 살 난 여동생 현경이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여행 첫째날 ‘보는 것마다 눈이 휘둥그레’

지난 달 22일 오전 10시 제주국제공항. 제주도에 첫 발을 대디딘 성민이네 가족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성민이는
“비행기를 처음 타봐서 그런지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라며 연신 싱글벙글했습니다.

“비행기가 ‘붕~’ 하고 날았는데 마을이 금세 하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거요. 귀가 먹먹해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공항 밖을 나서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성민이는 공항 앞에 있는 야자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현경이도 분홍색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바빴습니다.

여행 첫째날 '보는 것마다 눈이 휘둥그레'  지난 달 22일 오전 10시 제주국제공항.  제주도에 첫 발을 대디딘 성민이네 가족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성민이는 "비행기를 처음 타봐서 그런지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라며 연신 싱글벙글했습니다. "비행기가 '붕~' 하고 날았는데 마을이 금세 하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거요. 귀가 먹먹해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공항 밖을 나서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성민이는 공항 앞에 있는 야자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현경이도 분홍색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바빴습니다.

중문 광관단지 내 호텔에 짐을 푼 성민이네 가족은 점심식사 후 소리섬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소리섬 박물관은 축음기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입니다. 남매는 전시관 곳곳에 놓인 악기를 연주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성민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악기는 드럼. 성민이는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 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세웠습니다.

현경이는 난생 처음 아빠와 함께 피아노 연주에 나섰습니다. 장애 때문에 정확한 단어를 내뱉진 못했지만 조그마한 입을 벌려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김유선 씨는
“현경이는 삼겹살 먹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지금은 그 이상으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며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갑자기 현경이가 휠체어를 발로 차며 안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성민이도 함께 떼를 쓰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나자, 아빠는 능숙한 솜씨로 번갈아가며 남매를 목말 태웠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조순성 씨는
“성민이는 질투가 많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편이예요. 성민이의 언어장애는 현경이의 병원 생활이 길어질 무렵 찾아왔어요. 저나 남편 모두 몸 움직이는 게 불편한 현경이에게만 관심을 쏟았는데 그게 성민이에게는 스트레스였나 봐요. 마음이 아프죠.”
라고 말하며 목이 메였습니다.

여미지 식물원에 방문한 성민이는  커다란 나뭇잎을 가진 나무가 마냥 신기해 보였습니다. 성민이는 "아빠, 나 저 바나나 나무에 올라가면 안 돼요?" 개구쟁이 성민이의 한마디에 가족은 오랜만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립니다.

여미지 식물원에 방문한 성민이는 커다란 나뭇잎을 가진 나무가 마냥 신기해 보였습니다. 성민이는 “아빠, 나 저 바나나 나무에 올라가면 안 돼요?” 개구쟁이 성민이의 한마디에 가족은 오랜만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립니다.

여행 둘째날 샘 많던 성민이의 변화

이튿날 일정은 소인국테마파크를 찾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세계 유명 건축물을 축소해놓은 전시물을 보자 남매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주 먼 옛날, 전 왕의 부하였습니다. 용을 왕에게 갖다줬는데 왕이 무척 기뻐했죠.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테마파크를 둘러본 성민이는 그 감상을 즉석에서 멋진 이야기로 꾸며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언어장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창한 말솜씨를 뽑냈습니다.

이어 성민이네 가족은 잠수함을 타기 위해 서귀포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잠수함에 올라탄 성민이는 눈앞에 수많은 물고기가 펼쳐지자 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성민이는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잠들어서 오지 못한) 현경이에게도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성민이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다음 일정은 바다 위 요트 투어였습니다. 이번엔 잠에서 깨어난 현경이까지 네 가족이 제주도의 짙은 초록 바다를 눈에 꼭꼭 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여행을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참 행복합니다.”
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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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는 이번 여행을 통해 다짐한 게 한 가지 있다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또박또박 이야기합니다.

“이제부터는 제 동생 현경이에게 더 잘해주는, 의젓한 오빠가 될 거예요. 그리고 1년 후에 꼭 우리 가족 모두가 제주도를 다시 찾고 싶어요.”

작지만 큰 성민이의 특별한 꿈이 다시 한 번 꼭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 바래봅니다.

출처. 소년조선일보 2011년 5월 5일자 기사
글. 김지혜 기자 사진. 김정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