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의 눈물> 두번째 이야기

아무리 셔터를 눌러대도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모래언덕이고 어디부터가 황색바람인지 사진은 말해주지 않았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1년 내내 황사가 가득한 니제르.

흔히 사방이 막히면 하늘을 보라지만, 이 곳은 하늘조차도 외면한 듯 했다. 단지 5일 동안 이 곳에 잠시 머무르면서 이 곳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재고 싶지는 않지만 일주일간 니제르에서 무엇을 느꼈냐고 누가 묻는다면 난 이렇게 밖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숨통이 막히는 찢어지는 더위를 경험했고, 찢어지게 가난한 이들의 생을 아주 조금 훔쳐보았다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니제르는 최근 10년 간 세 번 째 식량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2002년, 2010년, 그리고 올 해 2012년. 월드비전을 비롯하여 구호개발단체들은 이를 [서아프리카 식량위기] 혹은 [사헬 기근]이라고 부른다.

식량위기, 한 마디로 먹을 게 없다는 말이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급자족이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이다. 특히 우리가 이번에 방문한 니제르는 국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한 해 농사에 실패하면 다음 해는 니제르 인구 10명 중 8명이 먹을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

작년 니제르 전역에 내린 강수량은 고작 300mm이며 해마다 제주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면적이 사막화 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은 점점 더 사람들의 목숨을 조여오고, 대체할 생활수단은 없다. 식량을 살 돈을 구하려면 가축을 팔아야 한다. 가축의 가치는 이미 하락한지 오래고, 곡물 값은 작년에 비해 두 배가 인상했다고 한다.

1,000원이 있어도 작년에 6인 가족이 2주간 먹을 곡물을 살 수 있었다면 올 해는 같은 돈으로 1주일도 채 못 먹는 다는 말이다. 먹을 것은 없고, 음식을 사 먹을 돈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은 수도로, 주변 국가로 이주해간다. 엄마들과 어린 아이들만 고향에 남아 배를 졸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비가 오기를, 남편이 돌아오기를.

강이 흐르던 자리. 다리는 남아있지만, 건널 강물은 말라버렸다.

강이 흐르던 자리. 다리는 남아있지만, 건널 강물은 말라버렸다.

니제르 사람들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기장의 모습. Millet 라고 불리는 기장은 식량위기로 인해 가격이 90% 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니제르 사람들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기장의 모습. Millet 라고 불리는 기장은 식량위기로 인해 가격이 90% 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니제르에는 냉장고가 없다

한국에 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면 바로 메뉴의 선택.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습관처럼 하는 일도 냉장고를 열어보는 일이다. 친구를 만나지 않아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그들이 먹은 점심메뉴가 무엇인지 쯤은 알 수 있으며, 나의 건강과 미용을 위해 선택적 섭취를 한다.

한국에는 있고, 니제르에는 없는 것은 바로 ‘선택의 여지’이다.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이 음식 불평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니제르에서 만난 엄마 라마타씨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We can’t choose what to eat.”

그렇다. 니제르의 아이들은 결코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다. 투정은커녕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라마타의 한 마디가 니제르에 지내는 동안, 또 한국에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선택의 여지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라마타씨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라마타씨

니제르의 아이들은 먹을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인 아이들

니제르의 아이들은 먹을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인 아이들

만우절에 내린 거짓말 같던 소나기

3월 3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 1박 2일이 걸려 4월 1일 만우절에 도착한 니제르.(한국 시간으로는 4월 2일) 비행기가 니제르 땅을 밟을 때 마치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오랜 가뭄으로 인해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서아프리카인데, 몇 달 만에 내린 비라고 했다.

이번 방문에서 만난 이들마다 우리가 소나기를 몰고 왔다고 했다. 비를 가져온 귀한 손님이라고. 정말 그랬으면 바랬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 니제르의 식량위기를 알리고, 그로 인해 적절한 도움이 니제르에 닿을 수 있기를.


일상에서  소비를 줄이고
니제르를 도울 수 있는 방법

7천원 = 5세 이상 아동 및 성인을 위한 응급처치 vs 아메리카노 두 잔
1만원 = 모기장 vs 주말영화비
1만 2천원 = 식수 키트 vs 삼계탕 한 그릇
4만 5천원 = 위생 키트 vs 치킨 두 마리
5만 5천원 = 영양실조 아동에게 2달 간 영양치료 vs 스마트폰 한달 요금제

* 응급처치 : 말라리아, 설사, 폐렴 등에 대한 예방 (5세 미만 아동은 진료가 무료)
* 식수키트 : 정화제, 물통, 식수 컨테이너, 식수 운반수레 등
* 위생키트 : 손비누, 세수대야, 빨래비누, 생리대, 천 기저귀, 유아용 변기, 칫솔, 치약, 휴대용 플래시 (1가정 7인 기준)
* 영양치료 : 플럼피넛, 해충약, 말라리아 약 등 포함
* 모기장 : 영양부족으로 아동들의 면역력이 약해짐에 따라 말라리아에 대한 위험도 높아짐


글+사진. 홍보팀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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