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마지막 불모지 ‘카라모자’

초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뽐내는 듯 한 우간다의 풍경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간다의 가장자리, 케냐와 수단의 경계 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카라모자 지역이다.
우간다의 가장 북쪽 끝 카라모자. 수도 캄팔라를 떠난지 11시간 만에 아프리카 야생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에 도착했다.

초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뽐내는 듯 한 우간다의 풍경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간다의 가장자리, 케냐와 수단의 경계 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카라모자 지역이다.  우간다의 가장 북쪽 끝 카라모자. 수도 캄팔라를 떠난지 11시간 만에 아프리카 야생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에 도착했다.

시간을 뒤로 걸어간 듯 한 이곳, 카라모자

카라모자는 우간다 내에서 보건, 영양, 교육, 식량안보 및 빈곤문제에서 가장 열악한 곳으로 지역 인구 중 71.8%가 하루 한 끼 식사도 어려울 정도다. WFP(세계식량기구) 대형 트럭이 오가며 식량 배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WFP 식량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WFP와 함께 지속적인 식량 지원을 하는 것 역시 월드비전 사업 중 하나이다.

월드비전과 WFP가 지원하는 식량 배분 현장

월드비전과 WFP가 지원하는 식량 배분 현장

주민들에게 식량 배분 중인 월드비전 직원

주민들에게 식량 배분 중인 월드비전 직원

카라모자에는 우간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모습들이 있다. 우선 신발을 신은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간혹 자동차 타이어를 잘라 만든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띌 뿐이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얼굴에 문양을 내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사람들을 보면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긴 막대기를 들고 염소를 모는 소년들, 몸집보다도 큰 물통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소녀들. 카라모자의 흔한 일상이다.

카라모자를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카라모자에 머무는 열흘 동안 물웅덩이마다 모여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남자들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쳤다. 도무지 시선 둘 곳이 없어 민망해하고 당황하는 건 오히려 우리 쪽이었다. 발가벗은 몸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우간다 직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This is Karamoja!”

나무하러 가는 소녀들

나무하러 가는 소녀들

카라모자의 아이들

카라모자의 아이들

기후와 지형 탓에 농사가 불가능한 카라모자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해왔다. 남녀의 역할이 분명히 나누어져 있는데, 남자들은 가축 모는 일을 한다. 길을 가다 보면 나무 그늘 아래 모여 목침을 베고 낮잠 자는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 가축이 없어 할 일이 없는 남자들이다. 가축이 있든 없든 남자들 손에 항상 들려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긴 막대와 나무 목침이다. 여자들은 그 외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살림은 물론 나무를 하고 집 짓는 일까지 모두 여자들 몫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카라모자 사람들에겐 가축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카라모자 사람들에겐 가축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펜과 노트에 깃든 아픈 역사

카라모자가 우간다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되고 여전히 원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데는‘교육’이라는 중요한 이슈가 숨어있다. 카라모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률이 현저히 낮다. 사람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잘 보내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거부감마저 가지고 있다. 여기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과거 우간다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 영국 사람들이 전쟁에 나갈 아이들의 이름을 펜과 노트를 사용해 적었는데, 그렇게 이름이 적힌 아이들이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펜과 노트는 각 가정이 소유한 가축수를 적어 세금을 징수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을 장로와 주민들은 펜과 노트를 무섭고 불길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고, 펜과 노트를 모두 모아 저주하고 땅에 묻을 정도였다. 한 NGO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땅에 묻었던 펜과 노트를 다시 파내는 기념행사를 열었고 영부인까지 참석했다고 한다.

펜과 노트를 파내는 행사의 기념비

펜과 노트를 파내는 행사의 기념비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간다에서도 결혼을 할 때 남자가 여자 쪽에 사례를 하는데, 부모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안일을 많이 하며 자란 여자아이가 도시에 나가 공부하는 여자아이보다 사례금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여자아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 생계를 위해 집에서 가축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학교에 가면 이를 배우지 못하게 되어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학교에 보내는 것을 꺼린다.

험한 언덕일수록 천천히 오르는 법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ABEK(Alternative Education for Karamoja:카라모자 대안교육)으로, 카라모자에만 있는 독특한 교육시설이다. 커리큘럼을 마을 대표들이 직접 짜고 가축 관리법, 카라모자 전통문화 등 주민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계획한다. 교사도 지역주민 중에서 뽑고, 마을 대표들이 학교에 와서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지 감독도 한다. 월드비전은 이 ABEK 시설을 보수, 지원하고 우간다 정부의 커리큘럼에 맞도록 검토하며 교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BEK 교육이 이뤄지는 곳

ABEK 교육이 이뤄지는 곳

월드비전의 농업교육을 통해 땅콩을 수확하게 된 주민들

월드비전의 농업교육을 통해 땅콩을 수확하게 된 주민들

지역개발사업장을 꾸릴 기반조차도 갖추어지지 않아 긴급구호사업으로 지원되고 있는 카라모자. 처음 카라모자에 도착했을 때, 아직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너무 많이 부족하고 아직 갖춰나갈 것들이 많은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 막막했었다. 하지만 월드비전과 함께 변화의 가능성을 실현해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엔 기대가 더해졌다. 조금 느릴 뿐이다. 천천히 변화는 시작되었다.

글. 미디어기업팀 이신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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