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월드비전 자립마을

월드비전은 후원자님의 소중한 후원금을 통해 아이가 사는 마을의 변화할 수 있도록, 그래서 마을 스스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자립”이 가능한 사업 을 진행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지역개발사업(Area Development Program)”이라고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후원자님의 도움으로 마을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런 인사를 듣게 될 겁니다. “잘가요, 월드비전.” 마을의 자립을 위한 두근거리는 변화는 한국월드비전의 보스니아 사업장에서도 시작되었습니다.

아빠는 실업자.

타리크(7세)의 아버지는 실업자다. 하지만 과거에는 가구회사에서 40명의 직원을 통솔하던 팀장이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 회사가 무너졌고, 자신의 삶도 무너졌다고 했다. “전쟁 전에는 차도 있었고, 먹는 것과 입는 것 걱정없이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끼니 걱정을 하며 삽니다.”
아버지는 실업 상태가 15년이나 지속되자, 직업 학교에서 배운 가구제조 솜씨로 만든 가구를 간간이 이웃들에게 팔아 생활한다고 했다. 하지만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들 타리크의 꿈은 “바다에 가보는 것”이다. 바다를 언제 보았느냐고 하니,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에서 본 것이 전부라 했다.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는 타리크는 지도에서 바다를 만난다.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는 타리크는 지도에서 바다를 만난다.

아들의 대답에 아버지는 마음이 아픈지,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조금씩 떨리는 어깨가 보였다. 아들은 선물을 주고 싶다며, 지도를 선물했다. 지도에는 바다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아빠는 타리크에게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빠는 타리크에게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

로마가족에 부는 희망의 바람

타리크네 사정이 이 마을에선 특별하지 않다. 다들 비슷한 사정,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보스니아의 시골마을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비록 미세하기는 하지만 분명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 바람은 가장 약자라 할 수 있는 로마가족과 장애인 가족에게서부터 불기 시작해, 시골학교를 거치고 있다.

집시촌 풍경과 그곳 아이들. 보스니아의 또다른 면이다.

집시촌 풍경과 그곳 아이들. 보스니아의 또다른 면이다.

두 명의 장애인 아들이 있고, 아내가 심장병을 앓고 있던 판지치 씨(57세)의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바로 온실이다.

원래 판지치 씨는 고철덩이를 주워서 파는 넝마주이였다. 아내의 약값과 두 장애인 아들 교육비를 대느라, 그는 “허리가 휘도록 고철을 줍고 다녔다.”고 했다.“새벽 5시부터 밤 10시 까지 다녔죠. 사위, 아들 모두 말이죠. 그래서 고철 사는 사람이 점점 줄어, 약값은커녕 밥값도 제대로 못 벌 때가 많았어요.”

판지치 씨는 더 이상 고철을 줍지 않는다.“온실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가장 기뻤던 때는 첫 수확물인 오이를 이웃들에게 나눠줬을 때예요. 매번 음식을 구하러 다니기만 하다가, 제가 음식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삶이 드디어 변했구나’라고 느꼈죠.

온실에서 재배한 야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판지치 씨와 가족들

온실에서 재배한 야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판지치 씨와 가족들

온실에서 재배한 야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판지치 씨와 가족들

약자에게 우선적 혜택을

상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매일 타던 작은 어선, 그물망, 집과 사랑하는 사람들.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린 그 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 날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해요.” 카티야 보무앙 씨가 말했다.

선천적 장애로 왼손을 쓰지 못하는 하짐 씨(38세)도 한 달 전에 온실을 지원받았다. 가족들은 온실 덕분에 집안형편이 나아질 거라 기뻐했다. 그 역시 기뻤지만, 정작 기쁜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장애인에게 혜택을 준 NGO는 월드비전이 처음이에요. 보스니아에서 장애인은 정부에게 잊혀진 존재인데 말이죠.”

월드비전을 통해 소규모 창업교육과 애채 재배법, 관리법, 판매법 등을 교육받은 하짐 씨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나중에 이 온실에서 꽃을 재배할 겁니다. 그래서 꽃 사업을 해서 온전한 자립을 이룰 겁니다.”

장애 때문에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는 하짐 씨. 그래서 아내가 받은 밭에서 온종일 일해야만 했고, 그 때문에 미안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하짐 씨. 그런 그가 활짝 웃었다.

한국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2007년 10월 “라쉬바”와 “버바스”, 두 곳의 사업장을 시작한 보스니아 월드비전. 아직은 이룬 것보다 해야할 것이 많다. 하지만 보스니아에는 희망이 가득하다.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며, 언젠가 마을의 성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마을의 자립을 경험하게 될테니까.

잘가요 월드비전 캠페인 자세히보기
보스니아 이야기 더보기